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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 너마저?”…뚜벅이 직장인 울린 서울 대중교통 요금 인상[메트로 돋보기]

입력 | 2023-07-20 14:48:00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는 모습. 12일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는 올 하반기 지하철은 현행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시내버스는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는 ‘대중교통 요금조정안’을 확정했다.


“그대로인 건 제 월급밖에 없네요.”

광화문 소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양모 씨(32)는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서울시가 물가대책위원회에서 확정한 ‘대중교통 요금조정안’에 따르면 성인 교통카드 기준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지하철은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르게 됩니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입니다.


서울시 올 하반기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단위: 원)
버스
버스
기존
인상 후(인상폭)
간‧지선버스
1200
1500(300)
순환‧차등버스
1100
1400(300)
광역버스
2300
3000(700)
마을버스
900
1200(300)
심야버스
2150
2500(350)

지하철
시기
기존
인상 후(인상폭)
1차(2023년 하반기)
1250
1400(150)
2차(2024년 하반기)
1400
1500(150)

자료: 서울시



●‘서민의 발’ 너마저… 市, “운송 적자 증대로 인해 불가피”

전기, 가스요금에 이어 ‘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르자 반발은 컸습니다. 우선 물가대책위원회 소비자측 위원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인상안을 의결하는 회의에 아예 불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사실 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인상 금액(지하철 150원, 버스 300원)이 알려졌었는데, 이런 상황 자체를 불쾌하기 여긴 것입니다.

협의회 측은 성명을 통해 “(서울시가) 위원회가 개최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가격 인상을 확정 및 발표했다”며 “이는 서울시가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요금 인상을 강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협의회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서울시의 나태한 관리 감독의 문제 등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전적으로 서울 시민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심산”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서울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인상안과 함께 기자들에게 ‘요금조정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따로 배포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대중교통 요금이 오랜기간 동결되면서 ‘1인당 운송적자(한 명을 수송할 때 생기는 운송기관의 적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하철의 경우 2016년 219원이었던 운송적자는 755원으로 3.4배 가량으로 올랐고, 버스는 같은 기간 140원에서 658원으로 4.7배 가량으로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현재는 한 명을 태우면 658~755원의 손해를 보기 때문에 요금을 올려 손해 폭을 줄이겠다”는 이야깁니다.

운송적자 확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컸습니다. 버스와 지하철 모두 영업 수입은 크게 줄었는데,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니 적자 폭도 커진 것입니다. 특히 지하철은 계속해서 부채가 쌓이면서 운영기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는 2016년 13조 원에서 17조 가량으로 증가했습니다. 공사 관계자는 “매년 광고 및 임대 등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지만 적자 폭을 낮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요금이 300원 인상될 경우 2023~2025년 평균 운송적자가 1조2146억 원에서 8984억 원으로 3162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버스는 같은 기간 7239억 원에서 4758억 원으로 2481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요금 인상에 걸맞는 서비스 개선”

사실 서울시는 요금 인상만으로 운송기관의 만성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서울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으로 인한 기대 수익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지하철의 경우, 노인 무임수송으로 인한 손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하철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기 때문에 손실도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은 3152억 원으로 당기순손실(6300억 원)의 절반 가량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요금 인상안과는 별개로, 무임수송 비용에 관한 논의 등 서울시가 운송기관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아주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차츰 요금 인상에 납득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겠죠.

서울시는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듯 물가대책위원회(12일)가 열린 나흘 뒤인 16일 “2026년까지 4조7000억 원을 투입해 대중교통 서비스와 안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획에는 노후 시설 교체, 환경 정비는 물론 인력 효율화와 자구책을 통한 수입 증대 방안이 들어 있습니다. 서울시가 시민들이 “인상된 요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선책을 실행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