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미귀환 전사자 찾기 운동 일상서 호국보훈 정신 새길 수 있도록 현충원서 음악회 열고 보훈공원 조성
정전 70주년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달 초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도서관 외벽의 ‘서울꿈새김판’에 게시된 대형 현수막.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진 150여 장으로 정전 70주년을 의미하는 ‘70’이란 숫자를 형상화해 국가에 헌신한 영웅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메시지를 담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구 출신으로 3남 4녀 중 첫째였던 형 김봉학 일병(1923∼1951)은 서울 함락 직후인 1950년 8월 입대해 5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여러 전투에 참전했다가 1951년 9월 강원 양구군 월운리 수리봉 일대 고지에서 벌어진 ‘피의 능선 전투’에서 산화했다.
70년이 지난 2011년을 시작으로 2012년과 2016년 유해 일부가 발견됐지만, 신원이 최종 확인된 것은 올해 2월이 되어서였다. 막냇동생인 김성환 씨(81)가 제출한 유전자(DNA) 시료와 유해의 DNA를 정밀 분석한 결과 형제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야 할 국군 전사자들
70여년 전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조국을 위해 산화한 국군 전사자를 끝까지 찾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호국보훈의 가장 숭고한 가치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5일 공식 출범한 국가보훈부가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끝까지 찾아야 할 121879 태극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국군 전사자를 마지막 한 명까지 기억하고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보훈부는 아직 귀환하지 못한 6·25 참전 국군 전사자 12만1879명을 상징하는 1∼121879번의 고유번호가 부여된 태극기 배지를 제작해 캠페인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에게 배포하고 있다. 캠페인에 사용되는 각종 기념품은 지금도 산야에 묻혀 있을 수많은 국군 전사자가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제작됐다.
보훈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을 잊지 않고 마지막 한 분까지 기억하고 책임지겠다는 이념과 세대를 초월한 보훈의 참뜻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특히 정전 70주년이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맞는 호국보훈의 달은 그 의미와 가치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우주 발사체(천리마1형)의 발사 실패 이후로도 이른 시일 내 재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누차 위협하고 있다. 우주발사체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따라서 이를 쏘는 것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
북한은 또 언제라도 소형 핵탄두(전술핵)를 활용한 7차 핵실험 준비까지 사실상 마치는 등 도발과 긴장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지키느라 1년 365일 24시간 땅과 바다, 하늘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장병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것이 보훈의 시작일 것이다.
국민 일상에 ‘보훈 문화’ 뿌리내려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 앞서 ‘호국의 형제’ 고 김봉학·성학 육군 일병의 유해 안장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우리 정부도 국민의 일상에 호국보훈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련 시설 정비와 상징물 조성 등 다양한 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이달 초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관한 국가보훈위원회에서는 70년 만에 국방부로부터 보훈부로 이관이 결정된 국립서울현충원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은 호국보훈 명소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미국의 워싱턴을 상징하는 ‘내셔널 몰’과 같은 ‘용산 호국보훈공원’(가칭) 조성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된다. 또 용산 호국보훈공원이 완공되면 서울현충원과 광화문을 연결하는 ‘호국 역사로드’ 조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보훈 시설의 시·공간적 연계성을 높이고, 안보·역사적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미래의 보훈과 안보의 중요성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에 헌신한 영웅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세대와 이념을 아우르는 국민 통합의 근간이자 기폭제”라며 “국가유공자와 애국지사, 군 장병들의 헌신과 노고를 제대로 예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위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