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기가 10시간 굶어”…분유 훔친 미혼모에 경찰이 한 일은?

입력 | 2023-06-02 09:29:00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는 A 씨. 강원경찰청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캡처


생활고를 겪던 40대 미혼모가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연을 들은 경찰은 사비로 분유를 구입해 전달하는 등 미혼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쳤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A 씨는 계산을 하지 않은 분유, 기저귀, 식료품 등 약 17만 원어치의 물품들을 들고 마트에서 몰래 나가려다 보안요원에 붙잡혔다.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 잘못된 걸 알고서도 분유 등을 훔쳤다”고 자백했다.

현장에서 A 씨를 지켜보던 강원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만 경사(34)는 의심을 품고 A 씨가 살던 원룸을 방문했다. 그 안에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가 있었고 고 경사는 의심을 풀었다.

A 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다.

A 씨의 사정을 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찰. 강원경찰청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캡처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 생활했지만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경찰에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시나 잘못될까 봐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사연을 들은 고 경사는 마트로 가 자신의 사비로 분유를 샀고 A 씨에게 이를 건넸다. 그 또한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그는 A 씨에게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도 안내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후 “당시 경황이 없어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다”며 “덕분에 여러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다만 경찰은 A 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