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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생 줄고 학교 문닫는데… 교육청공무원 5년새 6516명 늘어

입력 | 2023-06-02 03:00:00

인건비도 1조1561억원 불어나… “지방교부금으로 방만운영” 비판
尹정부 공무원 동결-감축 기조에도
장학사-연구관 ‘특정직’ 213명 늘려
교사용 자리 만들어주기 지적 나와




《학생 줄고 학교 문닫는데 시도교육청 공무원은 늘어

서울의 초등학교 입학생이 올해 처음으로 7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전국에서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초중고교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시도교육청 소속 공무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늘어난 공무원 정원은 6516명, 인건비 증가액은 1조1561억여 원에 달한다. 교육청들이 81조 원 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자리 늘리기’에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저출산 여파로 최근 5년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 수가 58만여 명(9.1%) 줄어드는 동안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공무원 수는 오히려 6516명(9.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불어난 인건비는 1조1561억여 원이다.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81조 원까지 불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해 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학생은 줄어도 학교폭력과 돌봄 업무 등이 늘어 인력을 마냥 줄일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 학생-학교 줄었는데 인건비는 25.7% 늘어

당정 ‘AI 교과서 도입 방안’ 논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방안과 학교폭력 피해 학생 전담 지원기관 설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뉴시스

시도교육청 공무원은 각 학교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그 외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지방공무원이다. 단순 행정 직원부터 장학사, 장학관, 교육연구관 등 다양하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공무원 정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6만7366명이던 시도교육청 소속 공무원은 지난해 7만3883명으로 5년 만에 6516명(9.7%) 늘었다. 지역별로는 세종(27.4%), 경기(16.5%), 울산(13.6%), 대구(10.7%), 충북(10.4%)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 수는 646만8629명에서 587만9768명으로 58만8861명(9.1%) 감소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수도 2만938곳에서 2만696곳으로 242곳 줄었다. 학생도 학교도 줄었는데 교육 담당 행정 직원은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공무원만큼 인건비도 불어났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인건비’로 교부한 돈은 2017년 4조5007억여 원에서 지난해 5조6569억여 원으로 25.7%(1조1561억여 원) 늘었다. 올해 책정된 인건비는 5조8610억여 원이다.

교육청 공무원 인건비는 내국세와 자동으로 연동된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된다. 세수가 늘면서 교부금도 많이 걷히다 보니 교육청에 넘어가는 돈도 늘었고, 교육청이 큰 부담 없이 조직의 몸집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40조 원대였던 지방재정교부금은 지난해 81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 “교사용 자리 확보하려 특정직 증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강조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현 윤석열 정부는 ‘공무원 수 동결 및 감축’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학사, 장학관 등 특정직 정원을 지난해 5622명에서 올해 5835명으로 3.8% 늘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들이 일반직을 줄이고 주로 특정직(교육전문직)을 늘렸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직을 늘린 것을 놓고 비판이 제기된다. 특정직은 교사가 시험을 치러 임용되는 장학사, 장학관, 연구사, 연구관 등을 말한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새 이들의 증가율(30.2%)은 일반직 증가율(8.0%)의 4배에 가까웠다. 일부 시도에서는 교육청이 산하 기관 수를 늘려 연구사, 연구관들이 갈 ‘기관장’ 자리를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도의회 관계자는 “도내 교육지원청 산하 기관이 8개에서 12개로 늘었다. 문 닫는 학교가 증가하면서 교사들이 갈 곳이 없어지자 교육청이 기관을 만들어 이들이 갈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학생과 학교가 줄었어도 새로운 교육 정책이나 사업 때문에 행정 수요가 증가했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행정 업무가 늘다 보니 정원이 팽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는 최소한의 행정 업무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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