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번화가 사진 컬러 복원 ‘복원왕’ 등 중장년엔 향수, 청년엔 신선함 불러
1966년 종로구 세종로 전경이 담긴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자료를 컬러 사진으로 살려낸 ‘복원왕’ 콘텐츠(위쪽 사진)와 서울 종로구 인왕산 선바위에서 1981년 봄나물을 캐는 소녀들의 사진을 활용한 ‘동아아카이브’. 각 채널 화면 캡처
수십 년 전 우리나라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쇼트폼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촬영된 사진이나 신문기사 등을 다듬고, 생활상에 관한 설명을 추가해 2030부터 5060까지 두루 공감을 사고 있는 것.
특히 과거와 현재의 도시 풍경을 비교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튜브 채널 ‘복원왕’은 오래전 찍힌 번화가 사진을 수집해 저화질은 고화질로, 흑백은 컬러로 살려내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83년 서울 생활 모습 타임머신’ 영상에서는 1983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의 ‘국제극장’, 양복점과 음악감상실 등이 즐비한 영등포 거리를 복원했다. 사라진 건물의 자리엔 오늘날 어떤 건물이 들어섰는지 설명을 덧붙여 이해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선보인 동영상 270여 개의 누적 조회수는 2500만 회를 넘었다.
유튜브 채널 ‘과거로’는 1970년대 서울과 오늘날 서울의 같은 장소를 비교한다. 영상 수는 9개에 불과하지만 누적 조회수가 69만 회나 된다. ‘과거로’를 운영하는 배노제 씨(53)는 “끊임없이 변화해온 서울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며 “인터넷에서 수집한 옛날 사진 속 장소를 찾아가 최대한 같은 각도로 사진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각 채널은 화질이 낮거나 손상된 과거 자료를 현재 디지털 환경에 알맞게 복원한다. ‘복원왕’은 국내외 박물관으로부터 수집한 사진 스캔본에 낀 곰팡이 흔적을 손수 지우고 선명도를 높인 뒤 각종 사료와 비교·대조해 실제와 가장 가까운 색깔을 입힌다. 동아아카이브를 운영하는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는 경기 안산에 있는 보존서고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에 보관된 사진 자료 중 약 20만 장을 복원했다.
옛 도시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지나간 세월을 탐미하고, 젊은층은 겪어 보지 못한 발전적 시대를 간접 체험하며 신선함과 위안을 동시에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원왕’ 채널을 운영하는 장재득 씨(46)는 “흑백 사진 한 장을 복원하는 데 최대 10시간씩 걸리고 수익도 거의 나지 않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고루 분포된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