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의 대표 브랜드 구딸의 제품. 아모레퍼시픽 제공
특권층 전유물에서 패션 하우스로
니치향수의 대표 브랜드 딥티크의 제품.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20세기 초반 프랑스 출신의 사업가이자 조향사인 프랑수아 코티는 특권 계층이 즐기던 향수의 양을 줄이고, 좀 더 저렴한 병에 향수를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911년에는 패션 디자이너 폴 푸아레가 최초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향수를 출시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1년 코코 샤넬이 출시한 ‘넘버5’가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패션 디자인 하우스의 향수 전성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6년에는 에스티 로더가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를 설립했고, 1953년 첫 번째 향수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화장품 회사들이 잇달아 향수를 출시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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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향수의 선구자 구딸과 니콜라이
니치향수의 대표 브랜드 바이레도의 제품.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프랑스 왕실에 향수를 납품한 겔랑의 최고 조향사 장 폴 겔랑의 조카로 태어난 파트리샤 드 니콜라이는 ISIPCA(프랑스 조향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조향사로 일하면서 1989년 자신의 브랜드 파퓸 드 니콜라이를 오픈합니다. 니콜라이의 인상 깊은 향수는 ‘휘그티’로 상큼한 과일 향을 가진 오스만투스 앱솔루트와 달콤함과 우아함을 가진 재스민 에센스의 조화로움이 느껴집니다. 두 브랜드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 창업한 향수 브랜드로 이례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90년 영국 런던에서는 피부관리사였던 조 말론이 조말론런던을 설립합니다. 그 시초는 조 말론이 평소 친했던 고객들에게 향이 나는 로션과 보디 오일을 개발해 선물로 주면서였습니다. 이때 조 말론이 고객들에게 건넨 향이 잔잔하면서도 매력적인 생강과 너트멕이 배합된 ‘너트멕 앤드 진저’입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탄생합니다. 2000년 프레데릭 말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향수를 뿌리는 세태에 불만을 느낍니다. 향이 아닌 마케팅과 패키징에 더 신경을 쓴 향수에 싫증을 느낀 그는 마스터 조향사들이 향을 만드는 향수 브랜드, 에디션 드 파퓸 프레데릭 말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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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결코 니치(틈새)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조향사와 창립자에 의해 다양한 니치 향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향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조향사의 세계관을 온전히 담아낸 향수, 시장에서의 반응과 인기보단 만드는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향수, 마케팅과 광고가 아닌 향수의 본질에 집중하는 조향사들이 만든 향수가 이른바 틈새 향수인 니치 향수입니다. 향수는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오하니 조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