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지-기와-배수로 등 출토 “승가사 찾던 왕의 거처 가능성”
고려시대 건물지가 출토된 서울 종로구 신영동 신축건물 공사 현장. 고려 왕들이 잠시 머물렀던 행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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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신영동 신축건물 공사장에서 고려 행궁일 가능성이 있는 건물지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수도문물연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신영동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부지 1382㎡를 발굴 조사한 결과 서쪽에서 건물지 3기와 담장, 배수로 등이 나왔고 동쪽에서 건물지 1기가 출토됐다”고 밝혔다. 함께 출토된 기와 조각 1000여 점 가운데 ‘승안 3년(承安 三年)’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와가 발견돼 해당 유적은 12세기 말 조성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승안은 중국 금나라 제6대 황제 장종(章宗)이 쓰던 연호로, 승안 3년은 1198년을 가리킨다. 서울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유적이 나온 건 처음이다.
유구가 고려 왕실과 인연이 깊었던 승가사(僧伽寺·현 서울 종로구 구기동)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행궁이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승가사는 중국 당나라 승려인 승가대사(629∼710)를 숭배하며 신라 승려 수태(秀台)가 삼각산(현 북한산) 남쪽에 바위를 뚫어 만든 굴이 시초다. 1106년 편찬된 ‘삼각산중수승가굴기(三角山重修僧伽崛記)’에 따르면 고려 역대 왕들이 승가굴을 빈번하게 찾아 예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정계옥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장은 “이번에 발굴된 유구는 승가굴을 방문한 왕들이 머물렀던 행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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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