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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현걸]방폐물 법에 영구처분장 완공 시점 명시해야

입력 | 2023-03-21 03:00:00

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 간에 대립 중이고, 정부와 원전 소재 지역 주민 그리고 시민단체도 갈등을 빚고 있다. 2020년 월성원자력의 ‘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일명 맥스터) 증설 공론화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측이 극심하게 대립했던 경주도 월성원전 2, 3, 4호기의 설계수명 만료가 임박하자 수명 연장 문제와 특별법 제정을 두고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7일 부산에서 진행하려던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도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한수원의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경수로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가 부산·울산 등 원전 소재 지자체를 대상으로 ‘여론전’에 나서자 그 계획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전 소재 탈핵단체들은 “정부와 한수원의 설명대로 건식저장시설이 정말 안전하고 임시로 운영되는 것이라면 서울 등 수도권에 설치하라”며 항의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방폐장 건립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 통과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병합 심의 중인 특별법안의 핵심 내용은 3개 법안 모두 ▷사용후핵연료 중간·영구저장시설 설치 근거 및 절차 법제화 ▷중간·영구저장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독립기구를 두고 공론화를 거쳐 예비 후보지를 정하고, 주민투표로 최종 부지를 확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부지 선정에 돌입해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고 이후 1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원전 소재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독소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부분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이다. 중간저장시설이 갖춰지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지만, 현실적으로 고준위방폐장 부지 확보가 요원한 만큼 임시 저장이 아닌 영구 저장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고준위특별법에 영구처분장 완공 시점을 2050년 또는 2050년 이전까지라고 명시해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하게 만드는 것이다.

원전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반출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명시적인 약속만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과 고준위방폐장’ 건설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풀 수 있다. 즉, ‘사용후핵연료 반출 시점’을 특별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언제까지 확보하고, 사용후핵연료는 언제까지 반출하는지 명확하게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책임성이 담보될 뿐만 아니라 미래 정권과 정부도 책임감을 갖고 국책사업을 수행할 것이다.


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