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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어린이집 42% ‘0세반’ 없어… “육아휴직뒤 복직 어떡하나”

입력 | 2023-03-20 03:00:00

‘생후 24개월 미만 아이’ 보육 공백
초저출산에도 0세반 수요는 느는데… 어린이집은 ‘적자’ 우려에 운영 기피
맞벌이 부부, 아이 맡길 곳 없어 난감… “정부-지자체 현실적 지원 서둘러야”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들이 ‘동생 보내게 0세반 좀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하지만 만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충북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원장은 0세반 개설에 대한 문의가 올 때마다 난감하다. 0세반은 전년도 1월 1일 이후에 태어난 아이가 다니는 반이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2022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가 0세반에 배정돼 2년간 다닐 수 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은 알지만 자칫 적자가 나기 쉬운 0세반을 운영하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A 원장의 어린이집처럼 전국 어린이집 10곳 중 4곳에서 0세반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0세반에 다니는 아이 수는 되레 늘고 있어 맞벌이 부부 등이 애를 태우고 있다.


● 어린이집 10곳 중 4곳에 0세반 없어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어린이집 3만943곳 중 0세반이 없는 어린이집은 1만3060곳(42%)에 달했다. 이 비율은 최근 3년 동안 42∼44%를 유지하고 있다.

0세반이 사라지는 동안 0세반 아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 기준 0세반에 다니는 아동 수는 2021년 12월 기준 8만3815명에서 2022년 12월 9만4620명으로, 올해 2월 기준 9만5798명으로 증가했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0세반에 다니는 아이가 줄었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부모들이 자녀를 0세반에 보내려는 수요가 되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보육현장에서는 주로 육아휴직을 마치자마자 복직하려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쓴 뒤 바로 복직할 때 아이를 맡아줄 가족 등이 없으면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데 이때 아이가 가는 곳이 0세반이다. 육아휴직을 1년 이하로 쓰게 되거나, 아예 못 쓰고 바로 직장에 복귀하는 경우 어린이집을 보내면 이때도 아이는 0세반에 배정된다. 복지부가 ‘2022년 어린이집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어린이집 이용 자녀를 둔 어머니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취업 중인 경우가 52.4%로 절반 이상이었다.

가정 내에서 아이를 온종일 양육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가 많아지는 추세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성동구 김상규 꿈터어린이집 원장은 “과거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며 “아이를 맡기고 부모도 공부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아동이 어린이집을 처음 이용하기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0세반 운영이 두려운 어린이집

수요는 느는데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많지 않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 맡길 곳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 한 맘카페에는 “아이가 생후 80일이 됐을 때 복직했고 현재 육아휴직 중인 남편은 9월에 복직할 예정”이라며 “어린이집 대기가 너무 길어 남편이 복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체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 생후 6개월 아이를 둔 엄마의 글이 올라왔다.

현행법상 0세반은 아동 3명당 보육교사 1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0세반 아동의 경우 그 특성상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1세반(5명) 2세반(7명) 3세반(15명)보다 보육교사 1명이 돌봐야 할 적정 정원이 적다. 0세반 운영에 인건비는 2∼5배 더 든단 뜻이다.

이렇다 보니 일선 어린이집에서는 적자를 보지 않고 0세반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의 인건비 지원 대상이 아닌 민간, 가정어린이집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올해 기준 0세 아동 1명당 월 111만3000원의 보육료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만약 한 어린이집에서 0세반을 운영하면서 아동을 정원보다 1명 부족한 2명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정부 지원 보육료(222만6000원)가 보육교사에게 지급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201만580원)을 겨우 넘긴다. 어린이집으로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김 원장은 “정원이 15명인 3세반에서는 아이 한두 명이 어린이집을 그만두더라도 운영에 큰 타격이 없지만 0세반의 경우 한 명이라도 빠지는 순간 적자가 된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B 원장은 “1년 내내 부모들에게 ‘0세반 자리가 있느냐’는 문의가 오는데 ‘0세반은 더 만들기가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정부, 지자체가 지원해야”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0세반 운영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교사 대 아동(생후 12개월 미만) 비율을 1 대 2로 하는 ‘서울형 0세 전담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70곳에 운영비와 보육교사 수당을 지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육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의 효과가 좋으면 국비 사업으로 진행하거나 해당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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