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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역대 최고로 뛴 학원비에 등골 휘는 학부모들

입력 | 2023-03-02 00:00:00

동아일보DB


지난해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의 월평균 학원비 지출액이 36만3000원으로 전년도보다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도 연초부터 학원들이 수업료와 교재비를 줄줄이 10% 내외로 인상하면서 수입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든 학부모들은 말 그대로 등골이 휠 지경이다. 치솟은 학원비에 남들 다 보내는 학원도 못 보내 주는 가난한 부모들의 마음은 멍투성이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학원들이 문을 닫자 잠시 줄어들었던 학원비 지출이 다시 급증세로 돌아선 것은 학교의 부실한 원격수업에 불안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사교육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0년과 2021년 전국의 중3과 고2 학생들 중 3%를 대상으로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 결과 두 학년 모두 국어 수학 영어 전 과목에서 코로나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200만 원 미만인 가정의 5배가 넘는다. 학교 교육이 제구실을 못 하는 상황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 가정 형편에 따른 학력 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학력 격차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2021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4.2%로 6명 중 1명이 ‘수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학생 수가 줄어도 매년 늘어나도록 설계된 교육재정 덕에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34∼50% 높다. 풍족한 투자에 걸맞게 공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올해부터 대면 수업이 본격화한 만큼 내실 있는 교실 수업으로 코로나 학습 결손부터 메우고, 교육 소외계층 학생들의 보충 학습 프로그램을 가동해 학력 격차도 줄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덜 먹고 덜 입어도 아이 교육비만큼은 못 줄인다”는 학부모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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