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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노조 뭉친다 “이념투쟁 대신 공정-상생”

입력 | 2023-02-07 03:00:00

MZ세대 주축 8개 기업노조 모여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21일 출범
“기성노조 과격한 투쟁, 신뢰 잃어”




토요일인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의 한 사무실. 평범한 복장을 한 젊은 노조위원장 8명이 모였다. LG전자, 서울교통공사 등 8개 회사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신생 노동조합 8곳을 이끄는 대표들이다. 대표 8명 중 6명이 30대다. 이들은 4시간 넘은 논의를 거쳐 8개 노조의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을 결의했다. 참여 노조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등 8곳이다. 소속 노조원은 약 5000명이며 이달 21일 공식 발대식을 열기로 했다.

지역이나 업종이 서로 다른 이들 노조의 공통점은 기존 노조의 행태에 반대하는 MZ세대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참여 노조 대표들은 지난해 두 차례 화물연대 파업, 택배노조 파업 등 과격한 방식의 투쟁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노동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는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노동계를 바꾸겠다며 나선 것이다. 송시영 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상급 노조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관심이 없다”며 “상식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만든 10개 조항의 설립 결의문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개방적인 의견 수렴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겠다.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노동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당장은 MZ세대, 사무직 중심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만, 향후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협의회 의장을 맡은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우리의 핵심 가치는 공정과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MZ세대가 보는 노조 인식과 관련해 동아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지난달 20∼39세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존 노조에 대해 ‘대립적’ ‘권위적’ ‘불법적’인 단체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쟁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응답이 84.7%로 나타났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90년대 방식으로 노조 활동을 해서는 안 되며, 이념적 투쟁보다 근로자 권익이 중요하다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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