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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재웅 “국가대표는 평생의 꿈… 아시아 경기서 태극마크 도전”

입력 | 2023-01-13 11:05:00


키움 김재웅.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6년 야구공을 처음 손에 쥐어본 소년이 적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 대회가 열려 국내에 야구 바람이 불던 시기였다. 경기 금교초 2학년이던 한 소년도 이때 친구들과 동네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이 소년은 3년 뒤 열린 제2회 WBC에서 봉중근(43)이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50)를 땅볼로 아웃시키는 모습을 보며 태극마크를 향한 꿈을 키웠다. 

이 소년은 11년이 지난 2020년 프로야구 키움에서 데뷔 무대를 치렀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서 8회 셋업맨과 9회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탠 왼손 투수 김재웅(25)의 얘기다. 홀드 3위(27개)에 두 자릿수 세이브(13개)도 올린 김재웅은 2023년 WBC 관심 엔트리(50명)에 포함돼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4일 공개된 WBC 최종 엔트리(30명)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11일 고척구장에서 만난 김재웅은 “국가대표는 평생 바래왔던 꿈”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2.01로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지만 김재웅은 땅볼(46개)보다 뜬공(77개) 유도 비율이 높은 선수였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1차 상대인 호주의 타선을 공략하기 위해 전체 투수 15명 중 11명(73.3%)을 땅볼 유도형 선수로 골라 뽑았다.

물론 투구 스타일의 핑계만 댈 순 없었다. 김재웅은 “(대표팀에서 제외된 건) 구속 문제가 가장 컸다고 본다”며 “구속을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평균 구속을 2km 정도 더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데뷔 첫 해 시속 137.8km였던 김재웅의 속구 평균 구속은 지난 시즌 시속 140.0km까지 꾸준히 빨라지고 있다.

사실 김재웅의 강점은 구속이 아닌 수직 무브먼트에 있다. 2020년 데뷔 이후 김재웅은 한번도 수직 무브먼트 리그 1위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공에 회전이 많이 걸려 중력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타자가 예상한 궤적보다 공이 덜 떨어지는 일명 ‘라이징 패스트볼’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구사한다. 김재웅은 “수직 무브먼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구속을 늘리면 앞으로 더 많은 뜬공과 삼진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놓친 김재웅이 세운 새해 1차 목표는 이번 시즌 팀 내 마무리 보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김재웅은 “홀드도 좋지만 세이브 기록에 더 욕심이 생겼다. 마무리는 팀에 한 명밖에 못하는 보직이다. 팀이 이기고 있는 경기의 마지막에 나서서 승리를 안겨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재웅은 지난해 세이브왕(42개)에 오르며 이번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동갑내기 오른손 투수 고우석(LG)과의 기록 경쟁에도 의욕을 보였다. 김재웅은 “우석이는 중고교 시절부터 강속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였다. 프로에 와서 승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둘 다 팀이 이기는 상황에 나서는 투수라 맞대결 기회가 없었다”며 “올해 만약 감독님이 마무리로 꾸준히 기용해 준다면 세이브왕 경쟁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를 향한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WBC가 끝나고나면 항저우 아시아경기가 9월에 예정돼 있다. “3kg가 넘는 무게의 공을 매일 야구공 던지듯 던지면서 근육도 키우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내게도 정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17년 전 시작된 소년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