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살리는 유럽 콘서트홀]〈하〉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2000년 항구 재개발 때 뒤늦게 구상 옛 창고 위에 파도모양 유리구조물 공연도 매진 행렬 ‘엘베강의 보물’
푸른 파도가 치는 듯한 모습으로 독일 함부르크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엘프필하모니의 외관(위 사진)과 각 층이 완만하게 연결된 메인 홀의 내부. 엘프필하모니 홈페이지·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북해로 흘러들어가는 엘베강 하류의 도시인 독일 함부르크는 중세 시대 북해 무역으로 번영한 한자동맹(독일의 여러 도시들이 상업상의 목적으로 결성한 동맹)의 일원이었다. 오늘날 독일 제2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함부르크는 독일 연방 주(州) 중 하나로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항구를 가지고 있다.
중세시대 성벽 바로 앞에 있던 그라스브로크섬은 19세기 옛 항구가 포화상태가 되자 새로운 항구로 개발됐다. 1880년대에는 섬 전체가 창고로 가득 찼다. 유럽이 철도망과 고속도로망으로 통합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항구의 물동량이 감소했고, 이제 시내 중심부에 있는 이 지역은 퇴락의 기미를 감출 수 없었다.
2000년 함부르크시는 이 지역을 재개발하는 ‘하펜시티(항구도시) 함부르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5만 명을 고용하는 기업 및 상업 시설과 1만4000명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짓는다는 구상이었다.
건립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예정 부지에 있던 창고는 지어진 지 4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건축사적 의미가 큰 것으로 밝혀지면서 건축문화재로 지정됐다. 헐어버릴 수 없게 되자 함부르크시는 기존 창고 건물 위에 새 건물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3년 걸릴 예정이었던 건축 기간은 9년을 넘기게 됐고 2억4100만 유로를 예상했던 예산은 한없이 늘어났다.
주의회에서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되돌리기는 더 힘든 일이었다. 옛 벽돌색 창고 위에 푸르게 굽이치는 유리 건물이 올라가면서 여론은 회의보다는 기대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11일, 새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의 첫 콘서트가 열렸다. 엘베강을 뜻하는 ‘엘프’와 필하모니를 합친 말이었다. 콘서트에 출연한 옛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의 이름도 ‘NDR(북독일방송)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로 바뀌었다. 최종 공사비는 당초 예상보다 네 배 가까이로 늘어난 8억6600만 유로(약 1조1500억 원)였다.
건설 기간 내내 ‘엘베강의 말썽꾸러기’였던 이 홀은 이후 엘베강의 보물로 변신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록다운(이동중단)을 하기 전까지 모든 공연이 매진 행렬을 이뤘다. 무엇보다 건물 자체가 볼거리였다.
메인 홀은 2100석 규모로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본보 1월 10일자 A20면 참고)와 마찬가지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비니어드(포도밭) 스타일이다. 벽체가 오목하게 파인 무늬들을 수놓아 잔향 흡수 효과와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메인 홀 외에 550석 규모의 리사이틀홀과 170명이 사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 ‘카이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