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문제 해결책을 대하는 리더의 태도[Monday DBR/김준태]

입력 | 2022-12-19 03:00:00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리더는 구성원에게 해결을 지시한다. 이때 구성원에게 해결책을 요구한 리더가 소극적이라면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 말기 학자이자 정치가인 김윤식은 문제를 마주한 리더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지적한다.

1862년(철종 13년) 한 해 동안 경상도 19개 고을, 전라도 38개 고을, 충청도 11개 고을 등에서 민란이 발생했다. 전정(田政·토지 조세 수취 행정), 군정(軍政·군역 행정), 환정(還政·환곡 행정) 등 이른바 ‘삼정의 문란’으로 일어난 민란이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봉기가 일어난 것은 조선왕조 창업 이래 처음이었다.

놀란 조정은 삼정이정청(三政釐正廳)을 설치해 해결책을 논의했고 6월에는 전국의 벼슬아치와 유생을 대상으로 대책을 묻는 특별 시험을 시행했다. 철종은 “인재는 이미 옛날에 미치지 못하고 재력은 또 어디에서 마련하겠는가?”라고 탄식하며 “왕실과 조정의 경상비용을 줄이기 어렵고 백성을 구제하기도 어려우니 어찌해야 하느냐”고 책문을 내렸다.

김윤식의 대책은 철종의 책문을 비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책문이 내려오자 하인이나 아녀자들조차도 형식적인 겉치레라고 지적하지 않는 이가 없고 식자(識者)들은 도리어 이 때문에 백성의 신뢰를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배고파 우는 아이를 달래놓고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속을 더욱 치밀어 오르게 만드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런 비판은 철종과 조정 대신들이 본질이 아닌 말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김윤식이 보기에 핵심은 ‘전정(田政)’에 있었다. 백성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려면 재산세이자 소득세에 해당하는 전세(田稅)부터 바로잡아 백성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줘야 했다. 관리들의 탈세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결손분을 백성이 떠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김윤식은 조세를 균등하고 공평하게 부과하고 백성이 나라의 정책을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안이 있어도 왕과 조정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이다. 김윤식은 “요새 백성의 풍속이 무너져 새 법을 시행하면 소요와 격변을 불러오기 쉽다”라는 조정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개혁을 저지하려 들면서 백성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백성을 사랑한다면 전정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식은 철종이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 것 역시 지적했다. 사사로운 욕심이 없고 공정한 인재가 있지만 왕이 뽑을 의지가 없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왕실과 조정의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 한 것도 잘못이라 했다. 옛 영조가 국가에서 쓰는 비용을 체계적으로 절감해 수십만 전을 절약한 것을 예로 들며 재정의 재정비를 건의했다.

무엇보다 임금이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간곡히 주문했다. “임금이 뜻을 세움이 확고해야” 한다며 “게을러서는 나라 꼴을 이룰 수 없고, 흐릿해서는 백성에게 내보일 수 없으며, 공명정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완성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라면서 “실천했는데도 마땅함을 얻지 못했다면 아는 것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조직의 이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기업에서 기업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해 최고경영자(CEO)가 구성원에게 해결책을 주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CEO를 비롯한 리더들이 기존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 상황 탓만 하며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탁월한 대안이 제시된다 한들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리더들의 올바른 상황 인식과 적극적인 태도,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김윤식의 대책이 주는 교훈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58호(2022년 12월 1호)에 게재된 ‘백성은 적게 가진 것보다 불균등을 걱정’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akademie@skku.edu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