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위 트위터로 전세계 생중계 이탈리아에 있는 중국인 화가 "중국의 부모님 공안 협박받아 부모님 평생 못 볼 각오로 활동"
중국 시위 관련 사진과 영상을 전 세계로 공유한 ‘고양이 프로필’의 트위터. 트위터 계정의 주인은 이탈리아 소재의 중국인 화가 리 씨(30)이다.
지난달 말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며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시위 관련 사진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공유한 ‘고양이 프로필’의 트위터 계정이 그 주역이다. 그의 ‘트위터 중계’덕에 중국 전역에 시위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의 탄압이 얼마나 강경한지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 CNN은 이 계정의 주인인 중국 국적의 화가 리 씨(30)와의 인터뷰를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리 씨는 “시위가 이어지는 내내 시위 참가자와 목격자들로부터 하루에 수천 건의 제보를 받았다”며 “당시 내 머릿속에는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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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던 한 시위자가 공안에 붙잡혀 강제로 실려 가고 있다. 상하이=AP 뉴시스
● 시위 영상 올린 날 공안이 부모님 집 들이닥쳐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3일 리 씨는 중국 동부에 거주 중인 부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리 씨는 CNN 인터뷰에서 “제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마자, 중국 공안이 제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저에게 게시물을 그만 올리라고 압박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외국 사이트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시민들을 색출해 구금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어 소재 파악이 안 되는 리 씨 대신 그의 부모에게 대신 연락을 한 것이다.
그날 자정 공안은 리 씨 부모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리 씨는 “공안은 우리 부모님에게 내가 국가와 공산당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들은 나의 트위터 게시물을 ‘범죄 증거’로 부모님에게 들이밀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리 씨의 아버지는 1949년 중국국민당의 육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런 배경 탓에 ‘반혁명 분자’로 낙인찍혀 자라는 내내 탄압받았다고 한다. 정부의 핍박을 견디지 못했던 리 씨의 아버지는 한 시골 마을로 도망쳐 정치와 거리가 먼 삶을 택했다.
이날 공안이 집에 들이닥치자 리 씨의 아버지는 아들과 통화를 하며 “벼랑 끝에서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했다. 이에 리 씨는 아버지에게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돌이킬 수 없으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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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A4용지 백지를 들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평범한 화가였던 나를 투사로 만든 것
“저는 원래 시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림에 담던 화가였어요. 하지만 시민의 입을 통제한 정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리 씨는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초창기인 2010년부터 써왔다. 그는 웨이보가 검열당하는 것을 보며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했다. 검열이 덜했던 초창기에 리 씨는 왜 아버지의 집안이 탄압받았는지 등을 비롯해 중국 정부의 민낯을 웨이보를 통해 배웠다. 리 씨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검열은 강화됐고, 언론의 자유는 더더욱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트위터에서 “시진핑, 물러나라!”라고 외치는 우루무치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접한 리 씨는 이를 기록해 남기기로 했다. 리 씨는 제보를 바탕으로 하루에도 수십 건의 시위 관련 영상을 올렸고, 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은 80만 명으로 늘어났다. 결국 7일 중국 정부는 그동안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부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리 씨는 다시는 중국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흰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저도 저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당국이 다시는 부모님을 못 만나게 하더라도 저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만약 제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이 이 계정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이미 준비도 해놨습니다.”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