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 박웅규 개인전 ‘귀불’ 불화 차용해 벌레의 균형미 그려
박웅규 작가가 서울 종로구 보안1942에서 열고 있는 전시 ‘귀불’의 출품작 ‘Dummy No.86’(2022년)에 대해 설명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4일 서울 종로구 ‘보안1942’. 폐관한 여관을 활용한 전시공간답게 스산한 분위기였다. 전시작은 높이 2m 넘는 종이에 그린 지렁이, 돈벌레 형상을 한 불화 위주다. 음습함을 돋우는 작품 12점은 20일까지 열리는 전시 ‘귀불’의 출품작. 서울시립미술관의 ‘2022년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박웅규 작가(35)의 작품이다.
박 작가는 2016년 첫 개인전을 연 신진 작가지만 아트선재센터, 일민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 단체전에 참여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벌레 등 통상 불쾌하게 여겨지는 것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의외의 말을 했다.
“저는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려요. 언젠가 나방을 관찰한 적이 있어요. 엄숙해 보이더라고요. 늘 보던 벌레의 징그러움과는 달랐습니다. 반복적인 마디의 구조에서, 촘촘하게 솟아있는 잔털에서 완전한 균형미를 느꼈어요.”
결국 작가는 ‘성스러운 것과 기괴한 것은 한 끗 차이’라고 말한다. 이 생각의 뿌리에는 유년 시절의 경험이 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옛집에는 십자가와 마리아상만 100여 개가 있었다.
그는 “가끔 성스러운 그 물건들이 마치 절 감시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처럼 느껴졌다”며 “부정과 긍정이 극단을 향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만난다. 둘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생각을 달리하면 포용의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