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이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2.10.30. 뉴스1
지난 2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분들, 유족들께 조의를 표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언론,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 가족을 포함한 당시 근무 경찰관들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분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9일 참사 당일 오후 7시 반∼8시경 이태원 현장에 있던 용산서 소속 경찰관이 현장 인파 통제를 위해 용산서 교통과에 “교통기동대라도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집회 대응을 하고 있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교통기동대 20명은 집회 대응을 마친 뒤 오후 9시 반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발생 1시간 15분 후인 오후 11시 반에야 서울경찰청에서 대규모 기동대가 투입됐다.
A 씨는 “밤새 심폐소생술(CPR)하고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고생했으나 정작 ‘경찰 너희들 때문에 사고 난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소방관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던데 제 가족은 PTSD는 신경 쓸 겨를도 없고 당장 징계받지는 않을까, 혹시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추가글을 통해서도 “가족은 지금도 계속 참사 당시를 떠올리며 ‘아, 내가 이렇게 행동했으면 사람 하나 더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매일 자책한다”며 “제발 이 사고를 파출소 직원 탓, 경찰 탓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 그들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