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활용한 ‘라이다 스캐너’ 작은 구조물까지 사실적으로 포착
과학계는 시민과학자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집한 사진 자료가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본다. 위키미디어 제공
스마트폰에 적용된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환경 감시나 생태계, 지진 연구 등 과학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자이로스코프 등은 물론 최신 스마트폰 기종에 들어간 3차원 측정 센서 ‘라이다(LiDAR)’까지 활용 기술의 쓰임새도 넓어지고 있다.
○ ‘라이다 스캐너’로 해안 침식 연구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는 그레고르 뢰첸부르그 이학부 교수 연구팀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부터 장착된 ‘라이다 스캐너’를 활용해 해안선의 침식 정도를 손쉽게 확인한 연구 결과를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라이다 스캐너는 초당 수백만 개에 달하는 레이저를 발사한 뒤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사물을 탐지하는 기존 장비인 레이다(RADAR)가 전파를 쏘는 것과 달리 빛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폭과 높낮이 정보까지 측정해 대상을 더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아이폰의 라이다 스캐너는 해안 일대의 나무줄기나 바위와 같은 작은 구조물을 사실적으로 포착했다. 해안 절벽 인근에 형성되는 구름들의 거리감도 포착했다. 또 실제 사물 간 거리를 0.02mm 단위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길이 130m, 폭 15m, 높이 10m 해안 절벽 전체를 스캔하는 데는 약 15분이 걸렸다. 해안 절벽을 150만 개의 구간으로 나눠 분석하는 작업도 가능했다.
연구팀은 “같은 장소에서 카메라를 고정시킨 상태로 절벽을 촬영한 여러 장의 이미지는 모두 동일한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스마트폰으로 획득한 균등한 이미지들은 절벽의 침식 상태를 비교하는 데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에 탑재된 라이다 스캐너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스마트폰 데이터로 생태계, 지진도 연구
스마트폰에 적용된 다양한 장비로 만들어낸 데이터는 생태계나 지진 연구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코넬대 조류과학연구소가 운영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이버드(eBird)’가 대표적이다. 2002년 시작된 이버드 프로젝트를 통해 약 20년간 3억7000만 건이 넘는 각 지역의 조류 사진을 확보했다. 카메라 장비를 활용해 찍은 사진도 있지만 최근에 수집된 자료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이버드 프로젝트의 자료를 활용해 열대우림 지역 조류의 서식지가 기후보다 생물종 경쟁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