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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여성들 주도로 한달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란 정치 엘리트들 간에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정치권 한 고위 인사가 여성들의 히잡 착용 의무화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반정부 시위가 단순히 미국이나 이스라엘 선동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뿌리가 깊다는 것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공개적으로 한 것은 전직 이란 의회 의장이자 핵심 기득권층인 ‘알리 라리자니’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 의회 및 보안군이 계속해서 반정부 시위를 강경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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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란인들은 더 이상 히잡 의무화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란 정권 전복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인터넷 차단 등 당국 탄압이 거세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슬로 소재 인권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200명이 넘는다. 정권에 맞서기 위해 다른 사람과 공모한 혐의로 개혁파 정치인 모스타파 타즈자데에게는 징역 8년형이 선고됐다.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찰총장은 반정부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면서, 이들에 대해 60건 기소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리자니는 이런 강경한 입장이 이란 엘리트 내에서 보편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 엘리트층 내에서 존재해온 과도한 히잡 착용 의무화에 대한 오랜 침묵을 깨뜨렸다고 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미착용 등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라리자니의 문제 의식은 이란 현지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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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화 현상이 널리 퍼졌을 때 그것에 대한 완고한 대응이 치료법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가정에서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면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회가 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편두통이 있는 것 같은 사람에게 심장병에 걸리거나 동맥이 다 막힌 사람에게 하는 것 같은 처방전을 쓰고 있다”며 “히잡 문제에서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역설했다.
라리자니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샤 팔레비 정권에서는 히잡을 권장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히잡을 착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슬람 정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정의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스스로의)일을 관리하면 그들의 재능 또한 빛날 것”이라며 “한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지적·사회적 관점으로 인해 샤리아 규정 중 하나를 올바르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100%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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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