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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난줄”…軍 늑장 발표에 괴담 난무, 주민 밤새 ‘덜덜’

입력 | 2022-10-05 11:39:00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 영상이 ‘강릉 영상’ 둔갑하기도
합참 “지역 주민 놀란 부분은 매우 유감”




강릉 현지 주민이 SNS에 올린 영상


4일 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미사일 4발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낙탄 사고가 발생했지만, 군 당국의 늑장 발표로 밤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인터넷에는 온갖 괴담이 난무했다.

이날 자정을 전후해(4일 밤 11시~5일 새벽 1시) 강원도 강릉의 맘카페를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인근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고 화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릉 시민들은 “방금 뭔가 하늘로 올라가더니 폭발음이 들렸다” “무섭다. 야밤에 쾅 하는 소리에 잠을 못 자겠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술렁였다.

하지만 수 시간이 지나도록 무슨 일인지 관련 정보가 나오지 않자 ‘비행기 추락설’ ‘군부대 폭발설’ ‘북한 공습설’ 등 온갖 추측이 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 2015년 발생한 중국 톈진(天津)항 폭발사고 영상과 사진이 ‘강릉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둔갑해 확산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치적 목적의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일부 매체는 해당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로 기사에 삽입하기도 했다.



‘강릉 영상’으로 둔갑해 퍼진 2015년 중국 톈진항 폭발 사고 


같은 시각 강원소방 119상황실에도 1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긴급 출동한 소방당국은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상황”이라는 안내를 받고 귀소했다고 한다.

군 당국은 5일 오전 7시가 돼서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훈련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때 낙탄사고 소식도 함께 전했다. 다만 “현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현재는 현무-2 미사일 발사 직후 비정상적인 비행으로 낙탄해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에 있다”며 “현재까지는 민가나 민간인 등 인명에 대한 피해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고, 불꽃으로 보인 것은 추진체가 연소되는 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며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져 민간 피해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지 내 인명 피해도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놀라셨던 걸로 알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군과 관계 당국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주민들에게 ‘훈련’이라는 안내조차 하지 않았을뿐더러, 사고 발생 후 적시에 발표하지 않아 밤새 국민들이 온갖 괴담으로 불안에 떨게 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훈련에서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큼스(ATACMS) 각 2발 총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합참은 “한미가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하고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현시했다”며 “북한이 어떤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