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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생교육에 쓸 돈인데… 교직원 무이자 주택대출 854억, 대북지원 174억

입력 | 2022-10-05 03:00:00

시도교육청, 교육 기금 방만 운영




강원도의회는 6월 신규 임용 3년 이내의 교직원들에게 무이자로 최대 1억 원 한도의 주택 임차 비용을 빌려주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강원도교육청 예산으로 ‘교직원 주택임차지원 기금’을 만들고, 500억 원을 편성해 내년부터 무이자 대출을 집행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에서 119만 달러(약 17억 원)를 들여 콩기름과 의료기기 등을 구매해 북한에 보냈다. 교육기금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소외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하는 것이지만 정작 교육과 관계없는 목적으로 사용하며 낭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직원 주택 임차, 남북협력에 1028억 원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기금 조성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처럼 교직원 주택임차자금 대출을 운영하는 곳은 강원을 포함해 전남도교육청, 경북도교육청 등 3곳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이 기금의 누적 적립금은 전남 210억 원, 경북 144억 원이다. 강원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집행할 500억 원을 더하면 총 854억 원에 이른다. 세 곳 모두 무이자 대출이다.

강원도교육청 측은 “젊은 교원들이 지역에 오래 근무하려면 주거 안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용’이란 기금 조성의 목적과 맞지 않는 데다 정부의 내부 규정에도 어긋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서 주택자금 등의 무이자 융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자율은 시중 금리 수준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도교육청은 공공기관이 아닌 지방교육행정기관이지만 일반 공공기관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이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8곳이 운영하고 있는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은 대표적인 ‘교육 외’ 사용 기금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174억 원이 적립돼 55억 원이 사용됐다. 북한에 콩기름 등을 보낸 경기도교육청 외에 전북도교육청도 2020∼2021년 3억 원을 들여 북한에 전지분유 50t을 지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장 조성’에 기금 19억 원을 사용했다.
○ 검증 안 되는 교육청 기금 사용처
각 시도교육청은 넘치는 예산을 쓸 곳이 없어 앞다퉈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2018년 4338억 원이었던 17개 시도교육청의 기금 누적액은 지난해 5조4224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만 기금 15조 원이 추가로 편성되면서 연말에는 누적액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금액 급증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떼어 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방식 때문이다. 세수(稅收) 호황에 따라 올해 교부금은 81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조 원(34.8%)이 늘었다. 시도교육청들이 각종 예산을 편성하고도 남는 돈을 기금으로 돌리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이 기금을 편성하면 시도의회가 기금의 목적과 사용 등을 심의·의결한다.

기금이 갑자기 늘면서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많은 기금이 당초 만들 때의 목적과 달리 필요 없는 곳에 쓰이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국민들이 고금리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이 국민 혈세로 교직원 무이자 주택 자금 대출이나 대북 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내국세 연동률 조정 등을 통한 교부금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