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 민주당 “국민 청력 시험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실이 ‘외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야당 의원 169명을 ‘이 XX’로 만들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도 터져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민주당 169명 국회의원이 정녕 XX들인가”라고 반문했다. 강선우 의원은 “이 XX들 중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설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XX면, 윤 대통령을 저 XX라고 해도 좋나”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외교 라인과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대한 경질을 재차 요구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 소집도 요청했다. ‘외교 참사’를 규탄하는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대통령실 “MBC 발언 전후 영상 공개해야”
대통령실은 당시 현장 상황과 대화 맥락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 발언에 ‘바이든’이 나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외교부 등 현장 동석 인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 정치 여건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와중에 나왔다. 이에 옆에 있던 박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잘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2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을 떠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글로벌 펀드’의 국제 사회 연대를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연설에서 세계질병퇴치금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한 만큼, 문제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우리 국회에 대한 언급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5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이 공식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등 긴박한 일정 속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대응 기조를 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 ○○○의 내용이 적어도 바이든이 아니라는 부분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말씀하신 분(윤 대통령)에게 확인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