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라클/박위 지음/264쪽·1만5000원·토기장이
“당신은 경추골절로 인한 척수신경 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앞으로 걷지 못할 것이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회사의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된 것을 기념해 친구들과 클럽에서 술잔을 부딪친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떴을 때 주치의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했다. 축구를 좋아했던 건장한 28세 청년 박위는 만취 상태에서의 낙상 사고로 하루아침에 휠체어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가 됐다.
신을 원망할 수도, 불운에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삶의 밑바닥에서 기적을 발견했다. 기도삽관 때문에 물도 마실 수 없고, 대소변도 스스로 볼 수 없던 절망의 시간을 지나면서 그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과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어 먹는 사소한 일상이 가능해졌다는 것에 감사한다. 책에는 사고가 난 2014년 5월부터 8년간 고난 속에서 저자가 기적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혼자만의 기적을 발견한 데서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유튜브를 시작한다. 2019년 그의 이름 ‘위’와, 기적을 뜻하는 ‘미라클’을 합친 채널 ‘위라클’을 개설했고, 구독자는 3년 반 만에 41만 명이 됐다.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20세 청년부터 한쪽 팔이 절단된 헤어디자이너까지 그가 전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절망 속 희망을 발견한다.
한때 두 발로 다시 걷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찼던 저자는 이제 걷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의사 말대로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희망을 품고 달려오면서 느낀 기쁨과 행복은 나를 이미 일으켜 세웠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