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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까지 쇄신론 강타… 與지도부 줄사퇴

입력 | 2022-08-01 03:00:00

권성동 “직무대행 내려놓을 것”…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 물러나
성일종도 “직 연연안해” 사퇴 시사… 與, 이르면 이달초 비대위장 선출
“당정대 전면 쇄신” 목소리 확산… 尹 이번주 휴가… 장고 들어갈듯




집권 여당의 내분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여권 전체가 쇄신 바람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82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면서 이르면 8월 초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역시 거센 인적 쇄신 요구에 수습책을 고심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31일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고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직무대행으로 당의 ‘원톱’이 된 지 20일 만에 당의 선장 자리에서 물러나 원내대표직에만 집중하겠다는 것.


또 배현진 의원에 이어 조수진 윤영석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배 의원과 조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고, 윤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지명으로 최고위원이 됐다. 여기에 당연직 최고위원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정부와 당을 위해 직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정책위의장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성 의장이 사퇴할 경우 최고위는 전체 9명 중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 친이(친이준석)계의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 등 4명만 남게 된다. 이처럼 집권 여당 지도부의 ‘셀프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비대위로의 전환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대위 전환을 두고 친윤계와 친이 그룹의 재격돌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윤계 일각에서는 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바꿔 비대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집권 두 달여 만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지면서 대통령실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는 대통령비서실장, 정무수석비서관 등 구체적인 교체 대상 자리까지 거론된다.

1일부터 취임 후 첫 휴가를 떠나는 윤 대통령도 휴가 기간 중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여권의 쇄신 요구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저희가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뒤 8·15 광복절 대사면 및 경축사 등을 기점으로 국정 운영 동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성동 “직무대행 사퇴” 비대위 전환 속도전… 이준석계는 반발


배현진-조수진 등 최고위 줄사퇴

이준석 등 5명 최고위 참석 불가 상태, 친윤 “9명중 과반 미달돼 기능 상실”
비대위 전환땐 李 대표 복귀에 차질… 친이 “최고위, 전원 사퇴때까지 유지”
당헌당규 명확한 규정 없어 갈등 증폭… 李, 친윤에 “당권 탐욕 정신 못차려”
정진석-주호영 등 비대위원장 하마평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연속 사퇴로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지난 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돌입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2연승을 거둔 집권 여당이 새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건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이 여권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비대위를 통해 내분을 매듭짓고 윤 대통령 지지율 반전에 힘을 보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비대위 성사 여부와 차기 전당대회 시점 등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 최고위원 줄사퇴에 권성동도 ‘대표 직무대행’ 포기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의 뜻을 밝힌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원내대표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했던 권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면서 비대위 체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건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배현진 의원에 이어 이날 조수진 윤영석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배 의원과 조 의원에 이어 이 대표가 직접 최고위원으로 지명해 친이(친이준석)계로 꼽히는 윤 의원까지 최고위원직을 던지면서 비대위 전환 여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일 최고위원회는 최고위원들의 공백으로 개의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대위 출범 조건으로 꼽히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두고 현행 당헌당규에 명확한 정의가 없어 친윤계와 친이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친윤 그룹은 “최고위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이 정원(9명) 과반에 미달되는 4명이 됐으니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 네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당연직 최고위원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비대위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면 물러나겠다는 태도다. 그는 “정부와 당을 위해 직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성 의장까지 사퇴하면 최고위는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 이 대표 측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 등 4명만 남아 정원의 과반이 붕괴된다.
○ 이준석, 친윤 향해 “당권 탐욕에 정신 못 차려”
하지만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 등 친이 그룹은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최고위 기능 상실”이라고 주장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이 왜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지 정치적인 이유도, 당헌당규상 원칙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친윤계를 겨냥해 “당권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린다”고 맹비난했다.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뒤 친윤계를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던 이 대표는 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비대위 전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이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친이계의 이런 반응은 비대위로 전환되면 이 대표의 대표직 복귀가 차단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비대위원장, ‘중진이냐 원외냐’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도 비대위 쪽으로 기운 마당에 어쩔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시작된 상황.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5선의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대선 당시 윤 대통령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 원외 인사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여권에 불고 있는 인적 쇄신 바람 등으로 인해 비대위가 출범해도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수진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에서 “‘윤핵관’들은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또 차기 전당대회 시점이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여당 내에서는 “9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이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까지 일할 새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 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이 되는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2년 임기의 새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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