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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월북 발표 난색 표하자, 담당 교체해 강행”

입력 | 2022-06-20 03:00:00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
관계자들 “공무원 피살 중간 발표… 인천해경-중부청 난색, 본청이 맡아”
與 “野, 세월호 때와 달리 진실 봉인” 野 “北에 굴복 몰아가려는 新색깔론”



2020년 9월 29일 윤성현 당시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해양경찰청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을 당시 난색을 표하는 발표자를 교체하며 자진 월북 발표를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 사건과 관련해 당시 관할서장인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당초 월북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한다. 신 서장은 사건 이틀 후 1차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런데 닷새 후인 같은 달 29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발표자는 윤성현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으로 바뀌었다. 윤 국장은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해경 관계자는 신 서장이 ‘자진 월북’을 단정하는 듯한 발표에 부담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퇴직을 앞둔 신 서장이 자진 월북 쪽으로 발표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고 들었다”며 “이후 본청에서 ‘상급 기관인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발표하라’고 했지만 중부청도 어렵다고 해 본청에서 발표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신 전 서장과 윤 청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1차 발표와 중간 수사 결과 내용이 바뀌는 과정에 청와대 지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해경을 담당하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A 행정관이 청와대 지침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A 행정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홍희 당시 해경청장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내용에 어떻게 민정수석실 지침을 받느냐”며 부인했다.

한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세월호의 진실은 인양하겠다면서 서해 피격 공무원의 진실은 봉인하려 하느냐”고 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新)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해경 윗선 ‘월북 판단’ 브리핑 지시… 일선 난색에 본청서 맡아”


수사결과 바뀐 5일새 무슨 일이…

“자진 월북, 근거 부족” 이유로 당시 서장-중부해경청 발표 꺼려
브리핑-수사 맡았던 간부들 승진
일부선 “靑 민정실서 ‘월북’ 지침”… 당시 관계자 “그런 일 없다” 부인


해양경찰청이 2020년 9월 이례적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브리핑 발표자를 교체한 것은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의 월북 가능성을 둘러싸고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씨가 근무했던 ‘무궁화10호’ 동료들은 물론이고 사건 조사를 맡은 인천해양경찰서 내부에서도 당시 ‘자진 월북’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 발생 7일 만에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서둘러 발표한 걸 두고 국방부처럼 청와대의 지침을 받았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인천해경·중부해경청 발표 난색…해경 “그런 사실 없어”
이 씨 피살 이틀 후 첫 브리핑을 맡았던 관할서장(신동삼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월북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발표하자는 해경 지휘부 방침에 ‘근거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핵심 관계자는 “정년퇴직(2020년 12월 말)을 3개월 남긴 신 서장이 본인 입으로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경 지휘부는 이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했지만 중부해경청 역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례적으로 윤성현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중간 수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었다면 최초 발표자였던 인천서장이 발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17일 “월북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최종 발표는 다시 관할서장인 박상춘 인천서장이 했다. 다만 해경 홍보담당자는 발표자 교체를 두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본청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월북 판단 발표자 등 줄줄이 승진
사건 관계자들이 이후 줄줄이 승진한 것을 두고 내부에선 ‘대가성 승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청장은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발표 3개월 뒤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으며, 본청 기획조정관을 지낸 뒤 남해해경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인천해경 수사과장은 지난해 초 총경으로 승진했고, 경감이던 수사팀장도 경정으로 승진했다.

수사 초기 불과 닷새 만에 발표 내용이 바뀌는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방부가 17일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지침이 해경청에도 전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침 전달 창구로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당시 해경을 담당했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A 행정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A 행정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 관계자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락받은 바 없다”며 부인했다. 해경 고위 간부는 “수사 관련 사항은 독립성 유지를 위해 보고도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며 “청와대 지침이 조직을 총괄하는 청장이나 수사를 총괄하는 부서장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씨의 유족 측은 “22일경 고소 예정인데 대상에 김종호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해경의 중간 수사 발표에 무리한 내용이 여럿 포함됐다는 점도 청와대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해경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실종자의 도박 채무액을 2배 이상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등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해경이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7명 중 1명만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이 표현을 발표에 포함시킨 걸 두고 “추측과 예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인천=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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