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주유건을 잡으려 손을 뻗고 있다. 뉴스1
통계청이 3일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지난해 5월보다 5.4%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들어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를 넘어선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5%대에 진입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비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물가 급등세를 이끌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이 포함되는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는 2.86%포인트였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공업제품이 끌어올린 것이다. 경유가 1년 전보다 45.8% 오르며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등유(60.8%), 휘발유(2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6%) 등도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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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육류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 이후 13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13여년 만에 가장 높은 4.1%를 나타내면서 최근 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근원물가는 날씨 요인이 큰 농산물,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출렁이는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매기는 지표다.
한국은행은 6, 7월에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주요 산유국의 증산규모 확대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세계식량가격은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 수출제한 등으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