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야권 인사들이 총집결한다.
대선 패배 후 채 석달이 안 돼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번 추도식이 야권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권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인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 공화국’을 부각할 경우 대선 패배 이후 느슨해진 지지층 결집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서거했다는 점에서 검찰 공화국 프레임이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엄수될 예정이다.
우선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힌 후 5년 임기 동안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신 참석해왔다.
여기에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친노친문 원로들도 자리한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윤호중·박지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와 의원들이 총출동한다. 이낙연 전 대표도 함께한다.
정부여당에선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2012년 대선 이듬해인 2013년 5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4주기 추모문화제에서 문재인 당시 의원은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5년 뒤에는 반드시 바꾸자”면서 자신의 패배로 낙담한 지지층을 위로했다.
2014년 5주기 봉하마을 추도식에서 문 의원은 한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악한 사람들이 만든 참사였다. 무능한 정부가 키운 재앙이었다. 무책임한 국가가 초래한 가슴 아픈 비극이었다”면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20대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2016년 7주기 추도식에서는 원로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국민들이 우리에게 바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나된 힘으로 불의한 시대를 끝장내고 민주와 평화와 복지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이라며 정권교체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대선 패배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후 열리는 이번 추도식에서도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핵심 인사들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김민석 공동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21일 한미정상회담, 23일 봉하(추도식)을 거치면 대선 이후 잠들어 있던 민심이 기지개를 펴고 일주일 후로 다가온 선거를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실제 판세는 그때 부터”라며 “24일 이후 판세는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선거운동을 제쳐놓고 봉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은 정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며, 그 외에도 경기지사 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도 자리한다.
당일 봉하행은 어렵더라도 지역에서 추모 자리를 마련하려는 후보들도 상당하다. 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뉴시스에 “추도식에 참석하기에는 일정이 여의치 않다”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추모)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 대한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지난 19일 검찰이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압수수색한 게 대표적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시한부’인 것을 감안하면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前)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 불보듯 뻔한 형국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위원장이 최근 ‘민영화’ 의혹 공세를 펴는 것도 정부여당과 이명박(MB) 정권을 결부지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MB 정권 시절 검찰 수사 끝에 노 대통령이 서거한 트라우마가 연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인천 연수구 유세 중 즉석연설을 통해 “MB 때 민자 유치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기반시설이 민간으로 넘어갔는지 아느냐”며 “민영화를 추진하던 그 정치세력들이 되돌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