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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순환[이은화의 미술시간]〈214〉

입력 | 2022-05-12 03:00:00

알베르트 에델펠트 ‘아이의 관나르기’, 1879년.


태어난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죽는다. 이 뻔한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막상 죽음이 다가오면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다. 핀란드 화가 알베르트 에델펠트는 25세 청년 시절,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다. 게다가 이 그림을 파리 살롱전에 출품했다. 이국의 젊은 화가는 왜 하필 죽음을 주제로 선택한 걸까? 그림은 살롱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에델펠트는 핀란드 남부의 아름다운 어촌 포르보에서 나고 자랐다. 스무 살 무렵 파리로 떠나 그곳에서 수학하고 화가로 활동했지만, 휴가철이면 돌아와 고향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이 그림 역시 포르보 근교 하이코 바닷가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화면 속엔 배에 어린아이의 관을 싣고 이동하는 여섯 사람이 등장한다.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은 제각각 깊은 슬픔을 각자의 방식대로 참아내고 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왼쪽의 할머니는 얼굴이 찌그러져 있고, 그 옆의 여인은 먼 바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노 젓는 남자들의 표정도 매우 엄숙하다. 가운데 소녀는 누구보다 슬픔이 커 보인다. 한 손에 꽃을 꽉 움켜쥐고 있어 아직 가족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에델펠트가 가족의 죽음을 주제로 선택한 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기에 상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홀로 남은 어머니와 평생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집을 떠나 있을 때는 수백 통의 편지를 보내며 어머니를 걱정하고 챙겼다.

완성된 그림은 1880년 살롱전에 전시돼 큰 호평을 받았다. 핀란드 화가로서는 처음으로 3등 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비평가들은 가족의 죽음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삶과 죽음의 순환으로 받아들이는 한 가족의 고귀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화가 역시 죽음을 생각하며 곁에 있는 사람을 한껏 사랑하라고 권하는 듯하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