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선수권 참가 위해 한국 와 태권도연맹 도움으로 대회 출전 러 침공후 수용소 된 도장서 훈련
21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공인품새 유소년부(12∼14세) 남녀 페어(2인조)에서 품새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다비드 하우릴로우(왼쪽)와 예바 하우릴로바 남매. 고양=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우크라이나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목표는 1등이에요.”
21일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막을 올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공인 품새 유소년부(12∼14세) 남녀 페어(2인조) 종목에 출전한 우크라이나의 남매 다비드 하우릴로우(13)와 예바 하우릴로바(12)는 씩씩하게 각오를 밝혔다.
이 남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폴타바에서 태권도장을 열고 있는 아버지 루슬란 하우릴로우 씨(42)와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이번 대회에 6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18세 이상 남성 징집령으로 남매와 아버지만 오게 됐다. 남매의 매니저 자격으로 참가한 아버지는 자녀를 셋 이상 둬 징집 대상에서 제외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후로 아버지의 도장은 피란민 수용소가 됐다. 러시아의 공습 때문에 폴타바까지 몸을 피한 주민들이 아버지의 태권도장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하우릴로우 씨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공항이 폐쇄돼 폴타바에서 폴란드의 바르샤바까지 1500km를 자동차로 30시간 넘게 달려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며 “우크라이나 태권도 국가대표들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세계태권도연맹(WT)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매와 아버지는 WT로부터 항공료와 숙박비 등의 지원을 받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018년 타이베이 대회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24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 대회엔 63개국에서 984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고양=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