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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뒀는데…” 제주 헬기 추락 순직 해경 가족·동료 침통

입력 | 2022-04-08 14:05:00

제주 해상 해경 헬기 추락사고 생존자인 최모(47) 경감이 8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지고 있다. 뉴스1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꿈이었으면 좋겠다.”

8일 새벽 제주 마라도 남서방 약 370km 해상에서 해경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4명 중 2명이 순직하고 1명은 실종된 가운데 유가족들은 침통 속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추락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대 소속 헬기 S-92(시콜스키사) 헬기에는 전탐사인 황모(28) 경장과 항공대 부기장인 정모(51) 경위는 구조됐으나 현장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끝내 숨졌다.

황 경장의 아버지 황 씨는 이날 부산 남해해양경찰청에 마련된 유족·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오늘 새벽잠에서 깨 항공대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사고를 직감했다”며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황 씨는 “아들이 평소에 누군가를 구조하는 임무를 맡는 것에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다”며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과 함께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가져 항상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헬기를 타는 일이다 보니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들이 오래 만난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

부기장 정 경위 또한 헬기 누적 비행시간이 3038시간에 달할 정도로 유능한 조종사이자 훌륭한 동료였다고 한다.

남해해경청 소속 동료는 “두 사람 모두 평소 굉장히 성실한 데다 책임감이 강해 맡겨진 임무는 무엇이든 완수해내려고 노력했다”며 “하루아침에 훌륭한 동료를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행의 꿈을 펼치던 가족이자 동료를 이날 하늘로 영영 떠나보낸 남은 이들의 울음소리는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한편 이번 헬기 추락 사고에서 함께 구조된 기장인 최모(47) 경감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다발성 골절과 출혈이 있으며, 군 헬기를 이용하여 이날 9시 42분경 제주 한라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만 정비사인 차모(42) 경장은 아직까지 실종된 상태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