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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月 물가상승률 10년 만에 최고… 민생 비상 국면

입력 | 2022-04-06 00:00:00

식료품-비주류 음료 실질 지출액 2.2% 감소 지난해 4분기(10∼12월) 전국 가구는 월평균 40만4000원을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를 사는 데 썼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같은 지출액은 1년 전보다 2.3%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지출액은 오히려 2.2% 줄었다.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했다. 월 기준으로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세계가 코로나19 영향권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수요가 늘어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원자재, 농축수산물의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피하기 힘든 악재들이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31.2% 급등한 석유류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전화에 휘말리면서 밀가루, 식용유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외식비도 급등해 점심 한 끼도 부담스러워졌다. 일상과 관련된 물가가 모두 요동치면서 생활물가는 5.0%나 상승했다.

문제는 물가를 더 끌어올릴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 복구 시점은 불투명하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풀어 국제유가가 잠시 떨어졌지만 산유국의 증산이 없으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대선 뒤로 미뤄둔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은 더 방치할 경우 한국전력 등이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노동계는 물가 급등을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8.5∼10% 올리자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50조 원 추경’도 한꺼번에 시중에 풀릴 경우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음 달 출범할 차기 정부가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와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08년 국제유가가 140달러대까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가 5%대까지 치솟자 이 정부는 ‘MB 물가지수’까지 만들어 물가를 관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때부터 경제정책이 꼬이기 시작해 임기 내내 고생해야 했다. 미국과 중-러의 신냉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제 시작 단계란 점에서 현 상황은 14년 전과 비교할 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 문제를 강의한 전문가는 “성장을 못 해도 국민은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용서 못 한다”고 조언했다. 고물가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을 더 힘들게 해 양극화 문제를 악화시킨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기업,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일자리도 줄어든다.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물가 불안에 발목이 잡히면 명분이 좋은 개혁정책도 추진력을 잃게 된다. 경제는 지금 총체적 비상 상황이다. 거창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국민 개개인의 삶에 도움이 될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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