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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유물’ 형사사건 공개금지, 대수술 공감대…‘방탄’ 악용 끝낼까

입력 | 2022-03-30 11:36:00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News1


 이른바 ‘조국 구하기’라는 비판을 받은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개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정권 겨냥 사건의 ‘깜깜이 수사’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위원회 정무사법행정 분과는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현실 타당성 부분은 대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려 한다”며 “납득이 되고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해야죠”라고 논의 착수 의사를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28일에도 “일선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다 따르려 하다보니 불편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골격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실타당성에 맞게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개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박 장관이 대검 의견을 받아들여 개정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법무부와 대검이 조만간 실무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두달여 후인 2019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사건 피의 사실과 수사 상황을 수사기관이 언론 등에 알리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조국 당시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정으로 당정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관철했다. 이 때문에 ‘조국 일가’ 의혹 관련 보도를 막기 위한 셀프 조치라는 지적이 상당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당시 조 장관은 전임자인 박상기 장관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며, 새 규정은 본인 가족 수사가 마무리되면 시행하겠다고 수습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시행 내내 일선 청의 깜깜이 수사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권 관련 사건의 수사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지 못하게 막는 방탄 규정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다수였다.

기소가 돼도 첫 공판 전까지는 공소장 공개를 금지한 부분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정권 인사 사건에서만 선별적으로 공소장 공개가 금지됐다는 비판에서다. 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부가 이 조항을 근거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며 논란이 촉발됐다. 또한 지난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태와 관련 박범계 장관이 격노하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명분 삼아 수사 중인 검사에 대해 진상조사나 감찰, 수사 등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같은 논란과 검찰 내부 우려를 취합한 대검은 지난 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개정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역시 2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이 규정의 폐지 또는 개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인수위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규정은 법무부 훈령이어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장관이 개정할 수 있다. 인수위와 검찰, 법무부 모두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만큼 개정 절차가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과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일선 청 등 실무 의견을 반영해 개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조국 사태’ 이후 2년 넘게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최근 법무부가 범죄일람표까지 첨부해 도이치모터스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법무부가 공소장 공개 금지 원칙을 선별적으로 적용해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세게 나왔다”며 “규정을 개정해 검찰 수사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원칙을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