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킬 방위산업 새 정부 앞두고 北 도발 잇따라… 안보 지킬 국산 명품무기에 주목 K-9자주포, 천궁-Ⅱ 등 성능 인정… 지난해 수출액 70억 달러 달성 첨단기술 접목해 무기경쟁력 강화… 차세대 방위 수출 강국으로 도약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제작한 소형무장헬기(LAH)가 지난해 12월 캐나다 옐로나이프 상공에서 영하 30도 이하의 극저온 비행시험을 하고 있다. 소형무장헬기는 2개월간 40여 차례의 시험비행을 통해 165개 항목의 성능 테스트를 통과했다. KAI는 올 하반기 전투용 적합판정 획득을 목표로 막바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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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간 멈춰섰던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시계’가 다시 째깍거리면서 대선(大選) 이후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연초부터 미사일 ‘연쇄도발’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은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쏴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중단)을 파기하면서 끝내 ‘레드라인(금지선)’을 침범했다.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징후도 지속적으로 포착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극한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북한이 고강도 전략 도발을 이어갈 경우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미 간 유례없는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북-미가 ‘불바다’, ‘화염과 분노’와 같은 험악한 말폭탄을 날리던 시절로 한반도 안보정세가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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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역대 최강 ICBM 도발로 한반도 격랑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육군 K-2 전차의 122mm 주포 사격 장면. 현대로템 제공
북한의 ICBM 도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온 정신이 쏠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압박전술’로도 풀이된다. 미국의 한반도 및 역내 주도권에 흠집을 내어 북한의 혈맹인 중국에 전략적 균형추가 기울어지게 만들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ICBM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모든 도발은 김정은의 사전 승인하에 철저히 기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북한의 도발 수법과 양상에서도 그 정황이 뚜렷하다. 1월 초 극초음속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대남 타격용 단거리미사일을 연이어 쏴 ‘도발 스타트’를 끊은 북한은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에 이어 2월 27일과 3월 5일 화성-17형을 쏘고도 ‘우주발사체’라고 발뺌했다가 24일 시험발사를 전격 강행해 ‘도발 본색’을 드러냈다. 24일 화성-17형 발사까지 올 들어 미사일 도발 횟수도 11차례에 달해 역대 같은 기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문제는 향후 남북·북-미 간 대결과 긴장이 고조될수록 북한의 도발 강도가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은 더 강력한 위력의 핵탄두 양산과 미사일 개량을 위한 무력도발에 주력할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 직후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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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은 안보·경제의 초석
국산 요격미사일인 천궁-II의 발사 연속 장면과 요격 장면. LIG넥스원 제공
최근 국산 명품무기의 ‘수출 낭보’가 줄줄이 날아든 것이 그 증거다. 지난해 12월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1조 원대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이 호주와 체결됐다. 아시아 국가 중 주요 무기체계를 호주에 수출한 첫 사례다. 이어 올 1월에는 LIG넥스원이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대의 ‘천궁-Ⅱ’ 지대공 요격무기 수출 계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는 단일 무기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2월에도 이집트가 K-9 자주포 200여 문(2조 원대)의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화와 9800억 원 규모의 무기물자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K-방산’, ‘방산 한류’의 르네상스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각종 수치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은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30억 달러 안팎에 그쳤던 예년의 2배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사상 처음으로 방산 수출액이 수입액을 추월하는 신기원도 개척했다. 올해는 수출 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산 무기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레드백(Red back) 장갑차는 호주의 차기 장갑차 획득사업 후보로 선정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을 따낼 경우 5조 원대의 ‘방산 수출 대박’이 예상된다. K-2 흑표 전차도 노르웨이, 오만, 폴란드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고, FA-50 경공격기는 중남미 등으로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산 무기가 이처럼 호응을 얻는 것은 가성비와 유지보수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선진국의 경쟁 기종보다 도입 및 운용 유지비가 저렴한데도 성능은 대등하거나 더 뛰어난 한국산 무기가 많다는 점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방산시장이 한국 무기의 ‘실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국이 서방세계와 강대국에 과다하게 의존한 무기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국가 브랜드와 신뢰도가 높은 한국이 만든 무기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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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하여
업계와 군 안팎에선 한동안 주춤했던 K방산이 ‘반짝 성장’을 넘어 또 한 번 도약의 신화를 쓰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위산업이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수출 주력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수요국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수요를 선도하는 고품질의 무기장비를 생산하는 것이 첩경이다. 과도한 지체상금(납기 지연벌금)과 같은 불합리한 방산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한편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방산 지원 노력도 더 기울여 나가야 한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방산’이 고속 성장할수록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공세와 주요 선진국들의 견제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내려면 업계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법적·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향후 K-방산의 사활은 수출형 사업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방위산업을 사회 모든 분야의 연구 인력과 기술, 역량이 합쳐지는 ‘국가종합산업’으로 변모시키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드론, 3차원(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방위산업에 적극 접목할 경우 무기장비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방위산업이 차세대 지식 기반 및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