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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 멈춰“…청약통장 해지하는 서울 청포족들

입력 | 2022-02-22 14:42:00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청약 상품 관련 안내문. 2021.10.20/뉴스1


“대학생 때부터 부었던 청약통장을 해지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가점이 20점 정돈데 당첨이 될까 싶고, 생초(생애최초)든 뭐든 다 희망고문 같고요. 상황을 지켜보다가 경기도 구축 아파트를 살까 하는데 한 푼이라도 그쪽에 더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양천구 거주 30대 직장인 박모씨)

‘청포족’(청약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다. 청약 경쟁이 특히 치열한 서울에서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늘어난 통장이 약 50개에 불과했다. 오히려 있던 통장을 해지하고 청약 행렬에서 이탈하는 일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1월 청약통장 가입자, 활황이던 지난해 8월 대비 증가 수 ‘반토막’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예금·부금) 가입자는 2841만3016명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로또 청약 열기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문재인 출범 직전인 2016년 말 2147만여명이었던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연간 100만명 이상 꾸준히 늘며 지난해 7월 처음 28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월 대비 증가 수준이 눈에 띄게 줄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 폭은 지난해 8월(10만3728명) 10만명 돌파 이후 Δ9월 9만7117명 Δ10월 6만1262명 Δ11월 4만1255명 Δ12월 1만7872명 등으로 4개월 연속 둔화했다. 올해 들어 4만1302명으로 다시 반등했으나,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40%에 그친다.

현재 청약통장 가운데 신규 가입이 가능한 유형은 종합저축뿐이다. 종합저축 역시 가입자 증가 수는 주춤하다. 지난해 12월 종합저축 가입자 증가 수는 4만6540명으로 매월 10만명대를 기록한 8~9월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 가입자는 51명 증가…로또 청약 감소·높은 문턱 등 원인에 해지 늘어

같은 기간 서울의 종합저축 가입자는 51명 증가한 623만581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2월에는 645명, 7852명씩 감소했지만 올해 1월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수만명씩 늘던 때와 비교하면 증가 수준이 대폭 줄었다.

신규가입이 되지 않는 3가지 유형(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에서는 가입자 이탈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 청약 가입자가 51명 늘어나는 동안, 이들 통장 2051개가 사라졌다. 서울에서만 한달간 2000개 이상 청약 통장이 사라진 것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물량이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통장을 해지한 사례보다 자발적으로 없앤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청약 열기가 시들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부터 높아진 분양가로 인한 로또 청약 가능성의 감소, 높아진 청약 문턱으로 인한 청포족의 증가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최근 1인 가구도 당첨될 수 있도록 청약 제도가 개편됐지만, 사실상 서울에서는 물량 자체가 희소해 희망 고문에 그쳤단 지적도 있다. 일례로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이 총 공급가구수 327가구 중 4가구에 불과했다.

다만 청약 통장 해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시 깨면 다시 점수를 쌓기 어렵다. 돈이 필요하면 청약 통장 담보로 대출을 하는 방안도 있다”며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청약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