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 충혼비를 참배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12.11/뉴스1 © News1
“전두환도 공과(功過)가 병존한다. 삼저(三低)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을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섰다. 불과 지난달 23일 전 전 대통령 사망 당일 “내란 학살의 주범”이라고 맹비난하며 조문을 거부했던 것과 급격히 달라진 모습이다. 10일부터 3박 4일 간의 대구경북 지역 순회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 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의 성과를 거듭 강조하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 외연 확장 시도나선 李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삼저호황(저유가 저달러 저금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반복돼선 안 될 중대범죄”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우리가 진영 나눠서 네 편 무조건 나쁘고 내 편 무조건 옳고 할 게 아니라 잘한 부분 칭찬하고 잘못된 부분 책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12일 추풍령휴게소내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탑에 방문해 헌화를 한 뒤 경부고속도로를 완성한 박 전 대통령의 성과를 재차 언급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작정한 듯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의 성과를 언급하는 것은 최근 스스로 ‘유능한 대통령’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예천군 재래시장에서도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인연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나라 경영을 맡겨 주면 누구보다 더 확실하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반대 진영에서도 배울 점은 배우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민주당 후보지만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 “빨간색 찍었다 망하지 않았냐”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아들’이란 점도 부각시키며 공감대 확대에 나섰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봉화군 만산고택에서 모교인 안동 삼계초등학교 은사와 동창생들과 만나 “(대구경북 분들이) 여태까지 색깔이 똑같다고 빨간색이라 찍었다”며 “그런데 솔직히 TK 망했지 않느냐. (보수정당이) 무엇을 해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3박 4일 동안 대구경북 지역 15개 시·군을 돌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저인망식’ 접근을 통해 바닥 민심 공략에 주력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TK 지역 기반이 약하지만 이 후보가 TK 출신으로 직접 현장에서 소통하면 지지율 상승과 외연 확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7월 1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에도 가장 먼저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한 바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