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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월 자발적 퇴사 430만명 최다… 구인난에 경제회복 ‘비상’

입력 | 2021-10-14 03:00:00

경기회복 기대감 기존 직장 관둬… 놀아도 주당 수백 달러 실업급여
기업 구인 규모 1000만 명 웃돌아… 급여 올려주면서 물가상승 부채질
인력부족에 본사직원 영업점 투입… “공급망 악화로 글로벌 경제 부담”



7일 미국 중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의 한 슈퍼마켓 앞에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수폴스=AP 뉴시스


치킨핑거로 유명한 미국 남부 지역의 패스트푸드 체인 ‘레이징 케인스’는 최근 수백 명의 본사 직원들에게 튀김 요리와 계산대 업무 교육을 하기로 했다. 최근 인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본사 직원들까지 영업점포로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레이징 케인스 최고운영책임자인 에이제이 쿠마란은 CNN 방송에 “지금은 전례 없는 시기라 모두가 도와야 한다”며 “(인력 확보를 위해) 종업원들의 급여도 올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인력난으로 공급망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니던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직원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퇴사가 늘면 가뜩이나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올리게 되고, 이는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크다. 기업들의 인력 부족이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12일 미국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간 43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2.9%에 해당하는 것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 업종에서 90만 명 가까이가 한 달 새 직장을 그만뒀고, 소매 업종(72만 명)에서도 자발적 퇴사자가 많았다. 기업들의 구인 규모도 8월 말 현재 1040만 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던 7월(1110만 명)에 이어 높은 수준을 계속 이어갔다. 뉴욕 등 대도시의 거리에는 ‘직원 구함(Now hiring)’이라고 써 붙여 놓은 가게나 음식점들이 많다.

실업자들 간의 구직 경쟁이 벌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해 비상이 걸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직장을 그만둬도 더 좋은 곳에 다시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근로시간이나 급여에 대한 불만을 참지 않고 더 좋은 기회를 찾기 위해 일자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기업들은 떠나려는 직원들을 잡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을 당장 그만둬도 일주일당 수백 달러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일터를 쉽게 떠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계기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해 미국의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기업들의 구인난이 최근의 공급망 불안을 악화시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기업들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노동력 부족은 미국의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의 금융시장 연구기관인 FWD본즈의 크리스토퍼 러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즘 거리를 다녀보면 가게마다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며 “근로자 부족은 미국 전역의 공급망 붕괴를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망 불안 현상이 앞으로 최소 몇 달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항만에서 시작된 물류대란이 미국 전역의 공급망에 연쇄적인 영향을 주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