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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재생에너지 함께 쓰는 탄소중립 도시 만들자”

입력 | 2021-10-01 03:00:00

국제원자력기구 ‘넷제로 챌린지’
한국팀, 새로운 도시 건설 제안



양성민, 유희종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석사과정생, 이시윤 프랑스 파리공학대학원 석사과정생.(왼쪽부터)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보조 에너지로 써서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스스로 조달한다.’

국내 대학원생들이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도시 설계의 개념을 제안해 세계적인 탄소 중립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양성민 씨와 유희종 씨, 프랑스 파리공학대학원(ENSTA)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이시윤 씨로 구성된 한국팀은 지난달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65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부대행사로 열린 ‘넷제로 챌린지’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싱가포르, 나이지리아팀과 함께 최종 결선에 올랐다.

이 대회는 원자력과 저탄소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국가나 특정 지역이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처음 마련됐다. 참여 대상은 35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첫 대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총 71개 팀이 참여했다.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한국팀은 원자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을 조합해 스스로 전력을 조달하고 아울러 탄소 중립을 실현할 도시 건설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다목적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SMART) 같은 소형 원전을 도시 인근에 짓고 도심 빌딩 벽면에 BIPV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안의 핵심이다. SMR의 일종인 스마트 1기는 10만 명이 사는 도시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새로 건설될 신도시에 적용하면 거주 문제 해결과 함께 원자력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유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팀은 이 기술을 활용할 테스트베드로 탄소 중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강원 강릉시와 경기 부천시, 경남 김해시를 적지로 제시했다.

한국팀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대결 구도로 놓지 않고 함께 시너지를 내야 실질적인 탄소 중립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탄소 중립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값싸게 생산하는 다양한 기술이 공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종 우승은 해운산업 탄소 저감 방안을 제시한 싱가포르팀에 돌아갔다. 싱가포르팀은 원자력으로 생산한 녹색수소를 선박 연료전지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2010년 원자력 발전 도입에 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지만 도시국가에는 원전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싱가포르팀은 자체 원전 건설은 어렵지만 다른 국가에서 원자력을 통해 생산한 수소를 수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싱가포르팀 발표를 맡은 클레어 리 씨(영국 런던정경대 학부생)는 “싱가포르는 인프라와 자원이 풍부한 세계적 항구라는 점에서 녹색수소를 활용한 해운 분야 탄소 저감을 국제 표준으로 제정할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선 이 밖에도 영국팀이 제시한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비상계획 구역에 모듈 형태로 숲을 조성해 탄소 저감에 활용하는 방안 등도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하일 추다코프 IAEA 사무차장은 “결선에 오른 제안들은 각국이 추진하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서 원자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