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의 정식 명칭은 ‘성 충동 약물치료’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저하시키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화학적 거세 대상자를 정하는 요건은 까다롭다. 성범죄자 중에서도 성도착증 환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으로 한정된다. 전문가의 감정을 바탕으로 검찰이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체코나 미국 텍사스주 등에서는 성범죄자의 성기능을 영원히 잃도록 하는 물리적 거세가 허용된다. 반면 화학적 거세는 주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고, 투약을 중단하면 효과도 사라진다. 한국에선 법원이 최장 15년 동안 화학적 거세를 명령할 수 있다. 일각에선 남성호르몬 억제만으론 성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재범을 막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11년 한국에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49명에게 시행됐는데, 이들 가운데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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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라고 해서 무조건 무기징역 이상의 중형을 선고해 평생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고, 이들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 그렇지만 재범의 위험을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전자발찌를 채우거나 화학적 거세를 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2019년 미 앨라배마주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법을 발의해 통과시킨 스티브 허스트 의원은 인권침해라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조차 없는 어린아이가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것보다 화학적 거세가 더 비인간적인 일인가.”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