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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가 어린이 위협…사막에 숲 가꿔 자연 되살린다”

입력 | 2021-08-24 03:00:00

월드비전의 세계 산림복원사업
지구 온도 1.5도 더 높아지면 가뭄-폭염 등 재해 잦아져
어린이와 빈곤층에 큰 피해
월드비전, 숲 조성 캠페인 시작… 아프리카에 나무 심고 주민 교육
“숲은 가뭄 막고 땅 비옥하게 해, 가난 해결하는 환경보호 동참을”




2014년 에티오피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림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토니 리나우도 호주월드비전 기후변화대응 수석 고문. 지역 주민들이 나무에 물과 거름을 주고 동물들이 훼손시키지 않게 보호하면 산림 복원에 도움이 된다. 산림을 복원할 때 지역 주민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이유다. 월드비전 제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지구 연평균 온도는 2021∼2040년 중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시기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9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전 세계 66개국 과학자 200여 명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자료가 된다. 이번에 내놓은 ‘1.5도 도달 시기’는 2018년 예측했던 시기(2030∼2052년)보다 최대 12년까지 앞당겨졌다.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IPCC는 홍수와 가뭄, 폭염으로 인한 산불, 고수온 현상으로 인한 강력한 태풍 발생 등 이상기후 현상이 산업화 이전보다 8.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와 해안가가 침수되고, 생태계가 변화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이미 최근 10년(2011∼2020년) 사이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 올라간 상태다. 올해 들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홍수와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변화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사람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다. 지리학적으로는 태평양의 섬나라들처럼 해안가에 있는 곳들이, 경제적으로는 식량과 냉방기기를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빈곤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홍수나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물론이고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생산 감소, 식수 부족 등의 문제가 나타날 때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다.

적도 주변 아프리카는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크다. 1980년대 이후 가뭄과 폭염이 빈번해진 데다 산업화 과정에서 부문별하게 나무를 베어내 황폐화된 곳이 많다. 숲이 사라져 사막화된 곳은 더 뜨거워지고 남아 있던 식물들이 고사한다. 메마른 땅에서는 수분도 금방 마를 뿐 아니라 비가 오면 흙이 다 휩쓸려가 작물을 재배하기도 어렵다.

비영리단체인 월드비전은 1983년부터 산림복원사업(FMNR·Farmer Managed Natural Regeneration)을 하고 있다.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월드비전은 주로 지진과 홍수, 전염병 등 재난에 노출된 어린이를 돕는다. 이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거나 쉼터를 만들어 제공한다. 직업훈련 지원 사업도 한다. 이 단체가 숲을 가꾸는 일에 나선 것은 자연을 되살리는 것이 결국 어린이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와 농작물 생산량 감소, 빈번해지는 가뭄과 홍수를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닌 전 세계 어린이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판단한 것이다.

“환경 보호는 궁극적인 해결책”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배우 박정아 씨(왼쪽)가 월드비전 관계자와 함께 산림복원 사업을 지원하는 ‘포레스트 메이커(Forest Maker)’가 되어달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이 진행하는 산림복원사업은 나무를 새로 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 식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그 땅에 살고 있던 식물들의 뿌리에 물과 거름을 줘 되살리는 방식을 병행한다. 땅속 깊숙이 뿌리박고 있던 식물들이 다시 싹을 띄우고 성장하면 새로 옮겨 심은 나무보다 생명력이 더 강하다. 월드비전은 지역 주민들이 식물을 훼손하지 않고 숲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메말랐던 땅에 숲이 조성되면 주변 환경이 살아난다. 숲은 온실가스의 주성분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뿐 아니라 주변 기온을 낮춰 폭염 강도를 줄일 수 있다. 가뭄과 홍수 대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땅이 비옥해지면 곡물 생산량도 늘어난다. 월드비전 산림복원사업을 처음 시작한 토니 리나우도 호주월드비전 기후변화대응 수석 고문은 “숲이 만들어져 1ha의 땅이 살아나면 곡물 생산량이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며 “산림복원사업은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기후변화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월드비전은 17일부터 산림복원사업을 후원하는 ‘포레스트 메이커(Forest Maker)’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월드비전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후원금은 전 세계 각지에서 숲을 가꾸고 주민들에게 농업 기술을 가르치는 데 쓰인다. 후원은 월 5000원부터 가능하다. 매달 2만 원씩 후원하면 연평균 4958m²(약 1500평)의 숲을 복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월드비전이 산림복원사업을 진행한 국가는 아프리카 우간다와 잠비아,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17개국에 이른다. 아시아에서는 사막화가 진행 중인 몽골과 개발로 숲이 사라지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산림복원사업을 진행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굶주림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며 “숲을 되살려 취약한 아동을 돕는 캠페인에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