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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19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방문경기에 선발투수 겸 1번 타자로 나섰다.
MLB 전체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타니는 최근 10경기 째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한 타석이라도 더 많이 서서 홈런을 늘리자는, 팀 차원에서의 지원사격이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1회초 타석에 선 오타니에게 쏠린 관심은 홈런여부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오타니였다. 팀이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구원투수 호세 시스네로(32)가 두 번째 투구에서 실투(한가운데로 몰린 시속 143km 슬라이더)를 범하자 이를 놓치지 않고 오른 쪽 담장 밖으로 걷어 올렸다. 시즌 40호 홈런. 에인절스 왼손타자 사상 최다 홈런(종전 레지 잭슨·39개)이자 MLB에서 활약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오른 40홈런 고지였다. MLB 전체 홈런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와의 격차도 5개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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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를 시끄럽게 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날 투구는 오타니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투수로 92이닝을 소화한 오타니는 8이닝을 추가하며 2018시즌 MLB 데뷔 이후 처음 한 시즌 ‘100이닝’을 채웠다. ‘8이닝’도 2018년 5월 21일 탬파베이를 상대로 7과 3분의 2이닝 투구를 펼친 이래 개인 한 경기 최다이닝 투구다. 8회까지 투구 수 90개에 불과해 MLB 데뷔 첫 ‘완투승’도 노려볼 만 했지만 2점 차로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체력안배를 위해 마무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30)에게 공을 넘겼다. 이글레시아스는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오타니의 시즌 8승을 지켜줬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로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에서 활약할 당시 ‘11승-10홈런’(2014시즌)을 동시에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던 오타니는 2018시즌 MLB에 데뷔하면서도 투타겸업을 유지해 경기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MLB 데뷔 해에 22홈런을 기록하며 방망이 실력을 증명했지만 마운드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하는 등 4승에 그쳐 의문부호가 따랐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해 최고들이 모이는 MLB 무대에서 한 포지션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상복귀 후에도 2019시즌 18홈런을 치는 등 방망이는 쓸만했지만 마운드에서 10승은 요원해보였다.
오타니가 2승만 추가하면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리그로 꼽히는 MLB와 NPB에서 ‘10승 이상,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된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