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미터 갈무리.
인도의 폭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라틴아메리카의 팬데믹 상황이 조명되고 있다. 23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를 보면 올 초까지만 해도 서방 국가들이 포진해 있던 일일 확진 건수 상위 5개국 중 3개국이 남미 국가들로 채워졌다.
신규 확진자 수는 어느새 브라질이 8만6000여 명으로 1위를 탈환했고, 14억 인구 대국 인도를 제외하면 인구 5100만 규모 콜롬비아가 2만8000여 명, 인구 4500만 규모 아르헨티나가 2만1000여 명으로 뒤를 잇는다. 다른 2개 국가는 인도와 이란이다. 남미 백신 접종 선도국으로 꼽히는 칠레와 우루과이도 각각 인구 1900여만 중 3440명, 340여만 중 2079명으로 감염 억제는 선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이 더 우려되는 것은 특히 높은 사망률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이 분석한 인구 당 코로나19 사망률을 보면 페루가 9.4%, 중미와 북미에 걸쳐져 있는 멕시코가 9.3%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볼리비아(4위), 파라과이(8), 브라질(9), 콜롬비아(12), 아르헨티나(15), 칠레(16) 순으로 상위 20개국 중 3분의 1 이상이 남미 국가다.
광고 로드중
하르바스 바르보사 판아메리카보건기구(PAHO) 사무차장은 BBC Mundo(스페인어판)와의 인터뷰에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팬데믹 상황이 악화하는 이유로 Δ열악한 사회적 요건과 Δ더딘 백신 접종 속도 Δ정치·행정력 미비를 꼽았다.
우선 이 지역 국가들은 대개 인구의 약 50%가 지하경제에 종사하기 때문에 사회보호망에서 제외돼 있고, 팬데믹이 오더라도 하루 벌이를 위해 거리로 나가야 하는 처지인 점이 꼽힌다. 국가 발전이 기형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대도시 인구 밀도도 높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같은 일상의 방역이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백신 배포 속도도 느린데, 지난달 말일까지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를 통해 이들 국가에 보내진 백신은 멕시코를 포함한 중미·카리브 8개국에 7만4400회분, 남미 9개국에 9만8400회분이 전부다.
일부 국가는 역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 미국의 백신 외교전에 ‘어부지리’로 개별 물량 약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칠레는 이례적으로 중국 시노백을 다량 확보(전체 접종량 중 90여%)해 인구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았는데, 좀처럼 확진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고 로드중
칠레도 백신 접종에 서두르는 선진국가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2019년 말 봇물 터진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타파 요구는 아직까지 들끓고 있다. 그 산물로 군부독재자 피노체트 체제 헌법을 다시 쓰는 ‘제헌’ 노력이 한창인데,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이 2018년 집권할 때 피노체트 시기 인사들을 30년 만에 정부로 다시 불러들인 인물이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오히려 팬데믹 위기로 덮여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존스홉킨스 코로나19 사망률 자료 홈페이지 게시물 갈무리.
그 밖에 개인들도 밤이 되면 감시를 피해 집에서 파티를 여는 등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일이 빈번한데, 이를 단속할 행정력 미비가 사태를 키운다는 지적도 교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행정력 미비는 신속한 감염·접촉자 추적과 방역대책 시행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협력을 어렵게 한다는 점도 바르보사 차장은 지적했다.
브라질발 ‘감마’ 변이와 페루에서 처음 출현해 안데스 변이로도 불리는 ‘람다’ 변이의 유행에 이어 설상가상 인도발 ‘델타’ 변이도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등에서 확진됐다. 델타 변이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변이 확산을 늦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신속한 백신 접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르보사 차장은 “현재 라틴아메리카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단연 백신 확보”라면서 “코백스와 개별 국가 협상을 통해 백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