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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선미]집안일의 값은?

입력 | 2021-06-22 03:00:00


요즘 남성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뿐 아니라 유익하기까지 하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로메인과 수제 리코타 치즈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고, 두부와 콩가루를 갈아 홈 메이드 콩국수를 요리해 주말 가족메뉴로 내놓는다. 토종 오이를 구해서 항아리에 오이지도 담근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서일까. 많이 안 해봤던 집안일이 새삼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것일까.

▷통계청이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를 어제 발표했다. 음식준비, 청소와 정리 등 61개 무급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그 가치가 연간 490조9000억 원(2019년 기준)이었다. 정부가 2018년 최초로 집안일의 가치를 발표했던 361조5020억 원(2014년 기준)보다 35.8% 증가한 수치다. 가사 부담의 남녀 비중은 약 3 대 7로 여성에게 치우쳐 있지만 그래도 큰 변화가 있다. 5년 전과 비교해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가 30.4% 늘어난 데 비해 남성은 52.3% 급증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남성의 집안일 참여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급 집안일은 무엇인가. 통계청은 집안일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생활시간조사’ 항목을 활용했다. 그중 제3자가 대신 해줄 수 없는 활동, 돈 받고 하는 일과 학습 등을 제외했다. 이렇게 나온 집안일은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다. 반려동물 및 식물 기르기는 2014년에 단독 집안일 항목으로 분류됐다. 건조기를 쓰는 가정이 늘면서 세탁뿐 아니라 세탁물 건조도 집안일의 한 항목이 됐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대화하기도 무급 집안일이다.

▷집안일은 가계생산 위성계정으로 평가된다. 국민계정의 틀 속에서 세부 내용을 반영하기에는 구조가 맞지 않는 특정 분야를 집중 분석하려고 만드는 계정이 위성계정이다. 하지만 집안일의 가치는 시장가치로 환산되는 것을 넘어 화폐로 교환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통계청 관계자도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가 현실지표로 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 여성들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해 보도했다. 연간 10조9000억 달러(약 1경2379조 원·2019년 기준)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해서는 안 된다. 손자들을 돌봐주는 조부모 세대에게도 가능하다면 적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드려야 한다. 이번 통계청 발표치를 반영한 집안일의 평가액은 시간당 1만3891원. 하루 6시간 일한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월 250만 원 상당의 노동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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