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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인사이트]뜨거운 변협-로톡 갈등… 전문가 “정부 중재로 상생 해법 찾아야”

입력 | 2021-06-07 03:00:00

온라인 법률서비스 놓고 전면전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법률 플랫폼 업체인 로톡(Law Talk)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변협은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 가입해 광고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로톡은 “변협이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A 변호사(35·변호사시험 5회)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건설적인 의견도 함부로 낼 수 없는 분위기”라며 “그 속에서 힘들어지는 건 젊은 변호사들”이라고 토로했다.》



○ 양극화로 대형 로펌 등 법인 매출이 80%


최근 10년 사이 변호사 업계는 극심한 ‘레드오션’으로 변화해왔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돼 2012년부터 변호사 시험(변시)이 시작되면서부터다. 1906년 1호 변호사가 나온 이래 국내 변호사 수가 1만 명(2006년)을 넘는 데 100년이 걸렸는데, 그로부터 불과 14년 만인 지난해 변호사 수가 3만 명을 넘어섰다. 법률시장 규모(국세청 매출 신고액 기준)는 2009년 2조9402억 원에서 2019년 6조3437억 원으로 2배가량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법무법인(로펌)과 개인사업자 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젊은 개인 변호사들이 특히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2008년만 해도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의 매출 총액은 비슷했다. 하지만 대형 로펌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2019년 법인 사업자 매출은 전체 시장의 63%(3조9911억 원)를 차지했다.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김앤장까지 더하면 법인 사업자 시장 비중은 80%(5조81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0대 대형 로펌의 변호사 수는 약 3500명. 전체 3만1000여 명 중 11%에 불과하다. 중소형 로펌 소속이거나 개인 사업자인 대다수의 변호사들이 얼마 안 되는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에 따르면 소속 변호사들의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2011년 2.8건에서 2019년 1.26건으로 급감했다.


○ “접근성 높여” vs “플랫폼에 종속 우려”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경력이 짧고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대거 온라인 플랫폼으로 향했다. 젊은 변호사들은 “포털 광고는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수임하기에는 전관 변호사들 위주로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Law Talk)‘ 사이트 캡처 화면. 이용자들은 사이트에 소개된 변호사의 주력 분야와 경력 등을 보고 질문을 남기거나,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출처 로톡 사이트

로톡은 변호사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낮은 광고비를 앞세워 변호사들을 끌어들였다. 로톡은 “소비자들은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거의 없다. 여러 변호사들을 비교한 뒤 선임할 수 있게 해 선택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급증하던 2005년 ‘벤고시 닷컴(변호사 닷컴)’이 생겼다. 벤고시 닷컴은 현재 시가총액이 2조2500억 원에 달하고 일본 변호사의 48%가량이 가입해 있다. 로톡은 이를 벤치마킹해 2014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 변호사 수는 전체 변호사의 13%인 4000여 명이다. 대부분 젊은 개인 변호사들이다.

로톡은 “벤고시 닷컴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이 손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게 돼 일본의 변호사 시장 파이가 커졌다. 회사에서 스톡옵션을 받게 됐는데 문제가 없는지 등 작은 일도 법률 자문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변협 역시 젊은 변호사들의 열악한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로톡의 사업 모델은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겨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박한다. 변호사들이 플랫폼과 자본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도 경고한다. 변협 관계자는 “추후 대기업 등이 법률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면 정의와 인권을 수호해야 할 변호사들이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광고가 민간 플랫폼에 나갈 경우 허위 광고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변호사를 구하는 건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 의한 알선’에 해당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2년 전 개업한 B 변호사(변시 4회)는 “로톡을 이용하면서 한 달에 평균 2건 정도 수임했는데 이제 금지되면 서초동을 떠나 지방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면 C 변호사(35·변시 4회)는 “저가 경쟁이 벌어지면 결국 ‘박리다매’로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자연스럽게 한 건에 들이는 노력은 줄어든다”고 했다.

○ 다른 직업군도 ‘전문직 vs 플랫폼’ 갈등


로톡과 변협의 갈등은 지난해 ‘타다 사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승차 거부 없는 친절한 택시’로 기존 택시와 차별화하며 급성장해온 타다는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국회마저 렌터카를 빌려 운전기사를 알선하는 사업 모델이 편법이라고 보고 서비스를 금지했다.

로톡은 “타다의 경우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에 택시 공급이 늘어나는 구조였지만 로톡은 변호사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를 공산품처럼 취급하는 가격 비교로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직과 신기술에 기반한 플랫폼의 충돌은 의료, 세무시장에서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미용·의료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견제하고 나섰다. 강남언니는 ‘진료 가격’ 비교, ‘치료 전후’ 사진 및 후기 공유 서비스를 앞세워 출시 5년 만인 지난해 말 누적 가입자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의협은 강남언니가 불법 광고와 알선을 하고 있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세무사고시회도 세무회계 플랫폼인 ‘자비스앤빌런즈’를 경찰에 고소했다.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고 세무사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이유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돌려받지 못한 세금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누적 가입자가 올 4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 “법률 시장의 파이 키우는 게 근본 해결책”


학계에선 법률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담을 덜 느끼며 사건을 의뢰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광고 수단을 확대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병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보험처럼 법률보험 같은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가 언제든 부담 없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변호사의 수익과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는 절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타다 사태’ 때처럼 이번 갈등을 방치한다면 양측은 물론 사회적 손실도 크다”며 “법률 시장은 사회적 자본의 성격이 있어 정부가 중재 역할을 맡아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