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세종으로 옮겨 ‘특공’ 챙긴 관료 철밥통 카르텔의 뿌리 얼마나 깊은가
홍수용 산업2부장
‘세종 특공’은 공개된 절차를 따랐는데도 실제 알아야 할 건 모두 가려져 있는 미스터리 사건이다. 관평원을 이전 대상에서 뺀 고시는 행정안전부 관보에 있고,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는 보도자료까지 나오는 단계를 거쳤으며, 특공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 모든 게 드러나 있었지만 대중이 아는 거라곤 이름도 생소한 작은 기관이 이사하지 말라는 정부 고시를 못 본 채 예산을 따낸 뒤 3년 만에 청사를 지었다는 껍데기뿐이다. 중앙부처 관료들은 하나같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관평원 실무자들이 좀 더 넓은 데로 가고 싶어 자체적으로 계획한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관료들은 진짜 의도를 비밀스럽게 포장함으로써 정보통으로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사회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분석했다. 관료들이 내부 회의로 축적한 정보가 바로 ‘공식적 비밀(official secret)’이라고 불리는 대외비 자료들이다. 세종 특공을 이해하기 힘든 건 비밀의 끄트머리만 드러났을 뿐 몸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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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카르텔은 관세청 울타리 정도는 가볍게 넘을 만큼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국무조정실은 20일 공개적으로 관세청을 현장조사했다. 관세청이 몸통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2016년 관평원 예산 심의 당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바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었다. 지난달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송언석 의원도 당시 기재부 2차관을 지냈다. 관평원 이전 작업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어도 관리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하기 어렵다. 보수든, 진보든 ‘공무원 먹튀’에 동조한 진짜 공범들이 적지 않을 텐데 관료집단은 사태 초기부터 면죄부를 줬다.
특공이 세종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수 정부도 지방 혁신도시로 가는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전매 제한도 없는 아파트를 특별 분양했다. 지방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서울 근무 직원들까지 특공에 매달렸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철밥통을 쥐고 있으면서 특공으로 보너스까지 챙겼다.
특공 수혜층이 넓지만 ‘세종 특공’이 지금 특히 문제로 부각된 건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만 잡았다면 관평원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공언해온 공무원 17만 명 증원 정책이 공무원의 복지 총량만 키웠음이 드러났다. 이게 실패한 부동산정책의 공(功)이라면 공이다.
홍수용 산업2부장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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