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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 배우자에게 자동승계 길 열렸다

입력 | 2021-04-28 03:00:00

6월부터 주택연금 수급권 보호 강화




#1. A 씨는 부부 공동명의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5년 넘게 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남편이 사망한 뒤 연금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받았던 연금까지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 씨가 연금을 계속 받으려면 자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1명이 반대하며 담보로 맡긴 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주택연금에 가입한 B 씨는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얼마 전 가압류 통보를 받았다. 매달 은행 통장으로 들어오던 주택연금마저 가압류될 위기에 놓였다.

앞으로 A, B 씨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6월 9일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한 부부 중 1명이 사망하면 자녀 동의 없이도 배우자가 자동으로 연금 수급권을 이어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을 압류가 금지되는 통장에 입금해 연금을 보호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런 내용의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 자녀 동의 없어도, 일부 세줘도 주택연금 받아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인 주택 보유자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평생 연금처럼 받는 역모기지 상품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신탁 방식 주택연금’이 새로 도입된다. 주택금융공사에 주택을 신탁(소유권 이전)하고 연금을 받는 식이다.

신탁 방식으로 가입하면 부부 중 1명이 사망해도 배우자가 자동으로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기존 상품은 상속 대상인 자녀들이 모두 동의해야만 배우자가 연금 수급권을 가질 수 있었다. 자녀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주택연금 가입이 해지되고 그동안 받았던 연금까지 모두 토해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주택 일부를 세주고 있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2층짜리 단독주택 중 위층을 전세나 월세로 임대했다면 기존엔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탁 방식으로 가입하면 보증금을 주금공에 이전하는 대신에 월세와 보증금에 대한 이자, 주택연금까지 받을 수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신탁 방식으로 가입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며 “기존 가입자도 올해 안으로 신탁 방식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매년 1만여 명 주택연금 새로 가입

신탁 방식은 주택연금 가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도 저렴하다. 기존 상품은 등록면허세가 주택가격 3억 원, 70세 기준으로 30만 원 중반대지만 신탁 방식은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7200원이다. 다만 신탁 방식은 주택 소유권을 주금공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6월 9일부터 주택연금에 ‘압류방지 통장’도 도입된다. 압류방지 통장은 민사집행법상 생계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가구당 185만 원까지를 각종 가압류로부터 보호하는 제도다. 주택연금 지급액 중 매달 185만 원까지는 압류방지 통장에 입금돼 연금 수급권이 보호되는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매년 1만 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는 1만172명이 새로 가입했다. 지난해 4월부터 연금 가입 연령을 60세에서 55세로 낮춘 영항이 크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가입 기준 주택 가격도 시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완화됐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연금 가입이 허용됐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