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오픈랜 확산 추진
○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美 중심 새 판 짜기
이는 현재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미국 업체들이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1위 화웨이(32.8%)와 3위 ZTE(14.2%)를 합쳐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6.4%로 5위이며 미국 업체는 없다. 하지만 오픈랜이 도입되면 통신장비 시장에서 퀄컴, 시스코, 알티오스타 같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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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학계·관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의 도전: 기술 경쟁을 위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5G 시장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픈랜 등 소프트웨어 기반의 체제를 구축해 장비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픈랜 촉진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중국 통신장비 배제에 동참한 영국 일본 등도 오픈랜 구축에 적극적이다. 영국 정부는 6월에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오픈랜 협력을 채택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 통신사는 환영, 삼성전자는 복잡
오픈랜이 글로벌 시장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5, 6년이 소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방식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미국의 중요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 같은 신뢰 불가능한 업체에 줄 수 없다”며 오픈랜의 투명성을 앞세워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견제해 나갈 의지를 드러냈다.
화웨이는 미국의 오픈랜 추진으로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화웨이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오픈랜은) 5G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점유율이 낮은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입장은 복잡하다. 시장 장악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지만 자칫 통신사에 저가 장비만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PC 시장에서 하드웨어는 레노버 등 중국 기업이 팔지만 정작 수익의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올리는 구조가 통신장비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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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