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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도 보호시설에 구금된 ‘피수용자’와 같이 법원이 직권으로 수용을 해제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난민 신청을 했다가 반려된 뒤 1년 2개월 가까이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러 ‘한국판 터미널’ 사례로 불렸던 아프리카인 A 씨도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아프리카인 A 씨가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을 상대로 “수용을 임시 해제해달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를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장이 정하는 종합병원에 머물도록 하고, 거주지를 옮길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난민신청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환승구역을 벗어날 수 없고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나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수용을 계속할 경우 A 씨에 대한 신체의 위해 등이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A 씨의 현재 상황과 처우, 방치 기간 등에 비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고 했다.
A 씨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난민신청자를 공항에 방치해 돌아가도록 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고 근거 없는 기준으로 난민 신청 접수를 거부한 법무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