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가 지난 9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천=뉴시스
구미에서 3세 여아가 방치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 DNA 검사를 통해 친모에서 언니로 밝혀진 김모 씨(22)의 전 남편 A 씨가 김 씨의 엄벌을 호소했다.
12일 A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쓰레기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OOO의 엄벌을 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나온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고민 끝에 글을 올린다”고 했다.
A 씨는 “(김 씨)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OO이(숨진 아이)를 생각하면서 참았고, 신발장에서 임신 테스트기 30개를 발견했을 때도 용서했다”며 “사랑하는 아이가 저처럼 아빠나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A 씨는 떳떳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어 올 때까지 김 씨에게 아이를 잠시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뒤늦게 김 씨가 만나는 남성이 대기업에 다니며 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 씨. 뉴스1
A 씨는 “그 남자가 OO이를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저는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단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 했다.
그는 “김 씨는 제가 OO이를 한 번 보러 가겠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이듬해 겨우 한두 번 보러 갈 수 있었다”며 “장인 장모가 돌봐주고 새 남자가 아껴줘 저 없이도 잘 지낸다는데, 더 이상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 씨는 지난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본 후 당시 OO이를 아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이라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그는 또 “이건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술안주도 아니다. 아이 엄마가 제 딸을 죽인 이야기”라면서 “그 아이에게 제 유전자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제가 딸로 키웠던 아이다. 그럼 그 아이는 제 OO이다”고 했다.
23일까지 접혀있던 귓바퀴가 이튿날인 24일 펴진 형태로 바뀌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마지막으로 그는 “힘을 모아달라. 김 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 달라”며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앞서 지난 2월,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초 김 씨는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검사 결과 자매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김 씨의 어머니인 석 씨(49)로 밝혀진 상태다.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는 지난 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한편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피해 아동의 귀 모양을 토대로 석 씨가 낳은 딸(숨진 아이)과 김 씨가 낳은 딸(실종 상태)이 2018년 4월 24일에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