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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분노, 정부-여당 심판했다

입력 | 2021-04-08 03:00:00

[4·7 재보선]야당, 서울-부산 시장 모두 승리




‘만감 교차’ 오세훈… 침통한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7 재·보궐선거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젖히며 생각에 잠겨 있다(위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오후 10시경 여의도 당사를 찾았지만 개표상황실을 거치지 않은 채 건물을 나섰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시장을 모두 차지했다.

8일 0시 30분 현재(개표율 59.20%)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164만109표(56.88%)를 얻어 115만2056표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95%)보다 16.93%포인트 앞섰다. 7일 오후 8시 15분 발표된 KBS MBC SBS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오 후보가 59.0%로 박 후보(37.7%)를 크게 앞섰다. 오 후보는 이날 밤 12시 무렵 당사에서 “고통 속에 계신 많은 시민들을 보듬어달라는 취지의 지상명령으로 받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부산(개표율 89.89%)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득표율 63.07%로 34.04%에 그친 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크게 앞섰다. 김 후보는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에 겸허히 승복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180석이라는 유례없는 지지를 보내줬던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내년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거센 정권 심판론에 직면한 여권의 정권 재창출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서울 부산 모두 두 자릿수 격차의 참패가 확정되면서 민주당 내에선 지도부 총사퇴를 포함한 책임론과 쇄신론이 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를 1년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10년 만에 서울 탈환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부터 시작된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나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과 부산에서 완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등 여권발 부동산 악재가 결국 이번 선거를 ‘부동산 심판 선거’로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개표 결과 오 후보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박 후보를 앞섰는데 그중에서도 종합부동산세와 공시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3구는 오 후보에게 70% 안팎의 몰표를 보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서울 동북권에서도 오 후보 지지율이 더 높았다.

이런 양상은 이날 야권 우세 지역에서 유독 높게 이어진 투표율 흐름부터 이미 예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장 잠정 투표율(사전투표 합산)은 58.2%였는데 서초(64.0%) 강남(61.1%) 송파구(61.0%)가 투표율 1∼3위를 차지했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양천(60.5%) 노원구(60.0%)도 60% 문턱을 넘었다. 이번 투표율은 역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선 중 최고치였다.

오 후보는 박 후보를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40대에서도 박 후보(49.3%)와 오 후보(48.3%)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내에 그쳤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과 부산 시민의 상식이 이긴 승리”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새기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충격에 휩싸인 민주당 지도부는 7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쇄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청와대 역시 선거 결과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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