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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투자유치 진전 없어… 법정관리 기로에

입력 | 2021-04-02 03:00:00

美HAAH, 인수의향서 ‘묵묵부답’
회생안 법원 제출 시한 넘겨
법원, 쌍용차에 시간 더 주기로
금융위, 처리 방향에 말 아껴




신규 투자를 받아 회생을 모색하려던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은 쌍용차에 자체 회생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법원이 제시한 기한이 넘도록 신규 투자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커졌다.

1일 쌍용차에 따르면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되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는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에 인수의향서(LOI)를 보내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감안해 1일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HAAH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걸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은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에 “잠재적 투자자에게 LOI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구한 시한이다. 법원은 쌍용차가 지난해 12월 21일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한 걸 받아들여 3개월간 투자 유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쌍용차는 이 기간 HAAH에서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 투자를 유치해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P플랜은 HAAH가 유상증자로 쌍용차 지분 51%를 보유하는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HAAH는 지금까지도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쌍용차 완성차를 미국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HAAH가 캐나다, 중동의 공동 투자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인 걸로 알려졌다.

HAAH 측은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향이 유효한지 묻는 동아일보의 지난달 31일 서면 질의에 1일 새벽 “해당 질문들에 답할 게 없다(no comment on the questions)”는 답변을 보내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오전 쌍용차의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이런저런 경우를 생각해왔고, 결과를 보고 필요한 일을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법원은 당분간 HAAH로부터 답을 기다리며 쌍용차에 시간을 더 줄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에서 쌍용차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한다. 존속가치가 높으면 회생 절차를 밟고 청산가치가 높으면 청산에 들어간다.

쌍용차의 경영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23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인 삼정KPMG로부터 “기업으로서의 지속적인 존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의 기로에 섰다. 쌍용차는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상장폐지 통보를 뒤집기 위해 최근 경기 평택시 본사와 공장 땅에 대한 자산 재평가 작업에 나섰다. 이의기한인 13일까지 자산 평가액을 늘려 최소한 자본 잠식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